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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아내, 그리고 어머니

한시도 조용할 날 없다

by 글장이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됩니다. 공부해야 할 시기죠. 스트레스 많고, 몸도 피곤할 겁니다. 잠도 부족할 테고요. 평소에는 무던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아침 등교 전에 한 번씩 짜증을 부리는 모습 보면 역시나 그 속에 뭔가 쌓여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는 '시집살이' 10년차입니다. 제가 몰락했던 때, 살 곳이 없어서 대구 부모님 댁에 내려왔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내는, 힘들지만 잘 견뎌주었습니다. 내색하지 않았죠. 그럼에도 한 번씩,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 마음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머니 인생 78년입니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것 외에는 다행히 아직 건강하십니다. 이것저것 살림에도 관여하시고, 여전히 집안 기둥으로 든든하게 자리하고 계시죠. 아무래도 연세 있다 보니, 작은 일에도 서운해하시곤 합니다. 가족 마음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오해하시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 가족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일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가정에서 이런저런 일 생기겠지요.


때로 평온하고 사랑스럽다가도, 어느 날 욱하는 감정 솟구치면 서로 못할 말 퍼부으며 싸우기도 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쥐어뜯을 것처럼 싸워도 막상 건강 잃고 쓰러지면 누구보다 마음 아픈 사람이 가족이라는 사실이지요.


어쩌면 우리, 늘 곁에 머무는 존재라는 이유로 조금은 만만하고 서운한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3~4일이면 누그러질 감정입니다. 조금만 시간 지나면 다시 마주앉아 웃고 밥 먹을 사이지요.


지난 시간 돌이켜보면 늘 그랬습니다. 싸울 땐 미친 듯이 모진 말 던지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품에 안고 삽니다.


가장 미안했던 때를 떠올립니다. 마음 아팠던 시간을 돌이켜 봅니다. 근심 걱정 가득 안고 오직 가족만 힘이 되어준 때를 잊지 못합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요. 오래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오래 함께 있으면 툭탁거립니다. 가족이든 아니든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1.PNG

아주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뭘 그리 뜯어고칠 수 있겠습니까. 내 마음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데, 아들 아내 어머니 마음을 어찌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까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놓고, 우리 애틋했던 시간 자꾸 떠올리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미운 시간보다 좋은 시간이 조금 더 많으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 더 많은 것이 우리 인생 아니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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