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과 배려, 선을 긋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나를 지키는 마음

by 글장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있습니다. 저는 지금껏 그가 욕하는 것도 본 적 없고, 싫다고 말하는 것도 들은 적 없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대화를 하든, 그는 항상 상대의 말이 "옳다!"라고 반응합니다.


언젠가 제가 물은 적 있습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 말을 무조건 옳다고 하느냐 하고 말이죠. 그랬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게 편해. 난 사람들과 부딪치는 게 싫어. 내가 좋다 하고 넘어가면 그냥 다 좋은 거잖아."


지혜로운 처세가 맞을까요? 지금 그의 주변 사람들은 뭔가 고민이 있거나 상담이 필요할 때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습니다. 어차피 만나서 얘기해 봤자 무조건 옳다고만 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분위기 다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이제는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거절 잘 못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누가 무슨 부탁을 하든 다 들어줍니다. 문제는, 그렇게 부탁을 들어주겠다 대답한 뒤에 꼭 인상 찌푸리면서 후회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에이 참. 이런 건 지가 알아서 좀 하지. 왜 나한테 시키고 난리야."


그런 마음이라면 거절하면 됐을 텐데 왜 굳이 들어주겠다고 한 거냐 라고 물어 보았지요.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이 불편할 거 아냐. 그냥 내가 불편한 게 나아."


천사 납셨네요. 상대방 마음 다 헤아리면서 자기 마음 썩어가는 게 올바른 태도일까요. 수많은 사람들 부탁 다 들어주느라 정작 자기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감사하는 게 아니라, 그를 호구로 보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부탁 안 들어주면 화를 낼 기세입니다.


두 친구의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합니다만,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 꽤 많이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친절하게 대하고,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주는 그런 사람 말이죠. 중요한 것은, 그렇게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겁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바가 있지요.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입니다. 무조건 내 이익만 챙기라는 뜻이 아니지요. 내 마음이 건강하고 유쾌해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불편하고, 내가 힘들고, 내가 괴로우면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게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친절과 배려는 선을 긋는 태도에서 시작합니다. 상처가 되는 말이나 함부로 던지는 표현 등에 대해 "불쾌하다"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무리한 부탁일 경우 정중하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지키는 일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 명심해야 합니다.


당장 정색하면, 그 순간의 분위기는 엉망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왜 내가 불쾌한지 제대로 알려주면 상대도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 정도로 했는데도 화를 내거나 분위기 망치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정리하는 게 맞겠지요.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면, 당장은 상대방 표정이 일그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똑 부러지게 거절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저런 부탁을 쉽게 해오는 일이 줄어들고 사라질 겁니다. 온전히 자기 일에 몰입할 시간을 확보하고 나면, 성과도 훨씬 잘 나올 테지요.


선을 긋는다 하여 상대와의 관계가 틀어질 거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무조건 친절하거나 무조건 부탁 들어준다 하여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각자 독립된 객체로서 서로의 인격과 시간을 존중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하고 건실한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죠.


상대방 눈치 살피며 어쩔 수 없이 친절하거나 부탁 들어주는 사람은 과거 어떤 상처나 아픔이 있을 가능성 큽니다. 부모의 지극한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아서 그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습성을 키웠거나, 자기 행동이나 말로 인해 주변 사람이 크게 절망했던 경험이 있거나, 본인이 어떤 말을 듣고 상처를 입었거나, 뭐 그런 종류의 일들이지요.


만약, 자신의 과거에 위와 같은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나는 그때의 어린 꼬마가 아니야. 그때는 힘도 없었고 생각도 얕았지만,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었어. 난 힘도 있고 생각도 깊어. 나는 당당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면서 살 만큼 가치 있는 존재야."


상처 입은 내면 아이는 스스로 일깨워주고 토닥여주지 않으면 절대 저절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내가 나에게 말해 줄 유일한 사람입니다. 어른이 된 내가 여전히 어린 나에게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친절도 좋은 덕목이고, 부탁 들어주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요. 허나, 그 모든 덕목과 아름다운 일 이전에 자기 마음 지키는 게 먼저여야 합니다. 비행기 사고 나면 부모도 자식보다 자기 먼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내가 살아야 다른 사람 돕지요.


친절과 배려. 다른 사람 마음 상할까 봐 걱정하는 짓은 이제 그만 두고, 자기 마음 건강하게 잘 지키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건실하면, 타인과의 관계도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누구 때문에"라고 말하지만,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의 대부분은 결국 자기 마음 지키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는 거거든요. 내 마음이 굳건하면 다른 사람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상처 받는 일도 훨씬 줄어듭니다.


분위기 맞추기 위해 속이 상한데도 억지로 참는 일 없어야 하고요. 다른 사람 기분 맞춰주려고 억지로 부탁 들어주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맞춰야 할 것은 분위기나 타인 마음이 아니라, 내 인생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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