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에게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정식으로 이별을 고해야 오늘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by 글장이


전과자는 살아가기가 참 힘듭니다. 죄를 짓고, 죗값을 치른 사람을 전과자라 부르지요. 그런데, 세상은 그가 죗값을 치렀다는 사실보다는 "죄를 지었으니 또 죄를 지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취업을 하려 해도 큰 걸림돌이 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해도 단단한 벽이 되며,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타인의 신뢰를 받으려 해도 의심의 눈초리만 쌓이게 됩니다. 한 마디로, 한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방해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네, 맞습니다. 죄 짓지 말고 살아야지요. 어떠한 경우에도 범법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미 감옥에 다녀온 사람은 영원히 그 죄를 씻지 못한 채 평생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제가 가장 사랑했던 장모님을 떠나 보내던 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당신을 떠올리겠다고 말이죠. 아내를 비롯한 처가 식구들은 돌아가신 장모님 얘기 꺼내기를 꺼려합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자꾸 기억을 더듬어 봤자 눈물만 나온다고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잊으려 애쓰고, 묻어두고, 감추려 하면 할수록 그 아픔과 상처는 더 커집니다. 비록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계속 그 사람을 떠올리며 그려야 합니다. 그럴수록 상처는 빨리 아뭅니다.


처음엔 괴로울 수도 있겠지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매 순간 떠올리면서 살아가다 보면, 떠난 사람이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회피하고 묻어두면 그것은 이별도 아니고 상실도 아닙니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평생 괴롭지요. 대놓고 떠올리고 자꾸 이야기해서 '떠난 그'를 내 곁에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이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전과자입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제가 강의할 때 첫 인사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헉!" 하고 놀라는 사람도 많고, 다소 이상 야릇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말이죠.


처음에는 인사할 때마다 울컥해서 강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과자 전과자 해도 그냥 과자 이름 같습니다. 더 이상 아무런 상처나 아픔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제가 전과자였단 사실 덕분에 다른 상처와 아픔 가진 이들과 훨씬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지요.


멀쩡하게 살아온 사람이 조언을 건네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전과자인 제가 뭔가 말하면 메모까지 하면서 귀 기울여 듣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견딘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그러니, 혹시 과거 상처와 아픔 때문에 힘들다 하는 사람 있다면, 자신의 그것으로 남들에게 도움 되는 메시지 전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제가 전과자란 사실을 감추고 숨기며 살았더라면, 어쩌면 저는 아직도 세상을 두려워하면서 숨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나와 제대로 안녕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전과자란 사실은 팩트인데, 그걸 감춘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과거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면, 지금부터 남은 인생 동안 그 죄를 갚으며 살면 됩니다. 남한테 피해를 주었으니, 남은 인생 남 도우며 살면 된다 그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찌 생각하든, 내가 내 인생 만들어가면 그뿐이지요.


저는 과거의 저에게, 전과자이고 파산자이며 알코올 중독자였고 막노동꾼이었던 저에게, 당당하게 안녕이라 말했습니다. 매 순간 제 과거를 떠올리며 여전히 제 가슴속에 그 시절의 제가 살아 숨쉬도록 만들었습니다. 전혀 다른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나와 제대로 작별한 덕분입니다.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반복해서 떠올리고 그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안녕이자 작별입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툭 하고 눈물이 터져나올 정도라면, 그것은 치유가 아니라 평생 감추고 살아온 아픔이라 해야겠지요. 매 순간 떠올리고, 이제 그 시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음을 각인하고, 그런 다음 오늘을 살아내는 것. 이런 태도가 변화와 성장이라고 믿습니다.


시련과 고통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아프고 힘들고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견디며, 그 경험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 것인가 궁리하는 자세겠지요.


다 지난 일 때문에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인생은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며, 또 다른 사람은 절망하고 좌절하며 계속 과거에 묶여 살아갑니다. 과거의 나와 제대로 작별하고, 정식으로 오늘을 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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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루가 아깝고 한 시간이 아쉽습니다. 이토록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이미 지나버려 어쩌지도 못하는 과거에 매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인생이겠지요. 안녕을 말하고, 이제 떠나 보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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