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어난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기
학창 시절에 처음으로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좋아하고 따르던 할아버지가 집에서 눈을 감으셨고, 독서실에서 만난 여자친구과 헤어졌으며, 처음으로 뜨겁게 짝사랑했던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시집을 갔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피식 하고 웃고 넘길 일이지만, 제게는 당시의 고통과 슬픔을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들이었죠. 그러한 일들을 겪고 난 후, 저는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비슷한 아픔과 슬픔을 겪지 않을 거라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나이 오십 넘는 세월 동안, 저는 학창 시절에 겪었던 고통과 슬픔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련과 고난을 무수히 경험했습니다. 아마도, 남은 인생에서도 비슷한 무게의 상처를 또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인생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존재합니다. 좋은 감정이야 문제 삼을 것이 없겠지만, 부정적이고 불편하고 아픈 감정들은 언제나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듭니다. 이러한 '나쁜' 감정들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따라 성장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는 것이죠.
첫째, 고통과 아픔과 슬픔 등과 같은 감정을 영원히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인생은 없습니다. 아무리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라도, 매 순간 어떠한 이유에서든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지요.
둘째, 따라서, 피하거나 도망간다 해서 해결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이 생길 때는, 그러한 감정이 생겨난 이유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그것이 상실이든, 고통이든, 슬픔이든, 뭐가 됐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똑바로 마주 보며 상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버릴 건 버려야 합니다.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건 죄다 미련 또는 집착이거든요. 떠난 사람은 떠나 보내야 하고요. 아픈 기억도 떠나 보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떠나 보내야 하고, 내면에 존재하는 어린 시절 꼬마인 나도 떠나 보내야 합니다. 잘 떠나 보내야만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넷째,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후에 현실을 수용해야 합니다. 충격적인 일이나 억울하고 분한 사건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 만났을 때, 대부분 사람이 처음에는 '부정'을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후, 현실로 돌아오는 냉철한 지성을 가져야 합니다.
다섯째, 그 모든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인생에 오만 가지 일이 벌어진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모두 개인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함이지, 넘어뜨리려는 수작이 아님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자신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지요.
사업 실패하고 인생 완전히 무너졌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부정'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인생이 그렇게까지 무너질 리 없었거든요. 그런데, 부정하면 할수록 저만 더 힘들었습니다. 현실은 이미 다 망가졌는데, 계속 과거 멀쩡하게 살던 저를 놓지 못하고 있으니 그 간극이 저를 얼마나 괴롭혔겠습니까.
시간이 흐른 후, 제가 정말로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나이 사십 다 되어서 빚만 산더미처럼 짊어지게 되었으니 눈앞이 캄캄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제가 갖게 된 생각은, 현실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거였습니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채 새로운 삶을 준비했던 겁니다. 그러고는 10년 세월 끝에 지금의 삶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세상은 치사합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가 아무리 반듯하게 살아도, 그냥 일어날 일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일어납니다. 착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 해서 동네 개가 짖지 않는 건 아니지요. 내가 어떻게 살든, 세상은 늘 치사한 사건들을 일으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받아들이는 것이죠. 애써 부정하고 외면해 봐야 현실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일어난 사건은 받아들이고, 이미 받은 상처와 아픔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내게 일어난 일 자체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자는 의미입니다.
인생은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어찌 됐든 오늘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법칙이지요. 어떤 사건이나 아픔이 발생했다 하여 멈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미련 갖고 집착하며 부정하다 보면, 지금과 미래를 잃은 채 과거에만 발목 잡혀 살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처와 아픔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그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 한 걸음 내딛길 응원합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