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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행복하면 안 되나

하면 안 되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

by 글장이


택시 기사는 내가 탑승할 때부터 입이 한 발 나와 있었다. 번지수까지 정확히 말했는데, 내비게이션에 찍힌 마지막 경로가 좁은 골목이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혼잣말로 계속 '대로가에 내리면 되겠네'라고,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10분쯤 후에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는데, 기사는 정말로 대로가에 차를 세우더니 여기서 내리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역에서 택시 승강장까지 잠깐 걸었는데도 얼굴과 팔뚝이 녹아내릴 것 같았는데, 여길 또 어떻게 걷는단 말인가.


"아저씨! 올라가주세요! 아저씨도 한 번 보세요. 못해도 50미터는 족히 넘는, 그것도 한참 오르막길인데, 이 더위에 여길 어떻게 걸어서 올라갑니까! 그럴 거면 제가 택시를 뭐하러 타요!"


그 자리에 누가 있었어도 심장이 쪼그라들 만큼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기사는 아무 말도 없이 차를 몰아 언덕을 올라갔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기가 폭 죽은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아니 저는 그냥 뭐, 걷는 것도 괜찮지 않냐 뭐 그런, 아니 손님 제가 무슨 말도 못합니까."


그래. 그게 문제다. 말도 못하냐는 바로 그 말. 그냥 한 말이라는 바로 그 말. 틀린 말은 아니지 않냐는 바로 그 말. 모든 싸움과 갈등과 오해와 시비의 핵심이 되는 바로 그 말.


"말도 못하느냐"가 아니라,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가 맞다. 할 필요가 없는 말, 해서는 안 되는 말, 상대가 들었을 때 서운하거나 불쾌함을 느낄 만한 그런 말. 그런 말은 원래 하면 안 되는 거다. 말은, 하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축이어야 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이 작가의 것이지만, 다 쓰고 나면 글은 독자의 것이듯. 말도 다르지 않다.


맞는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

생각없이 던지는 말.

상대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

말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 말에 상처 입을 상대를 전혀 생각지 않는 말.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

고작 그 정도 말에 뭐 그리 화를 내냐는 말 같지도 않은 말.


나는 오늘 불행하지 않았다. 불행할 만한 일이 없었다. 택시 기사의 말 때문에 나는 순간 불행했다. 고작 그 정도 한 마디 말 때문에 뭐 그리 불행까지 말하는가, 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말로 상처주는 사람일 것이 뻔하다.


말은 위력이 세다.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지지 못해 감옥에까지 다녀왔다. 말 한 마디 때문에 인생을 망치기도 했었다. 나도 말로써 누군가의 가슴에 못 박은 적 많다. 타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에 꽂힌 적도 적지 않다. 말이 행복이고, 말이 불행이다. 위와 아래 입술 두 조각 조심하면 불행 막을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열차 안에서 임작가의 전화를 받았다. "사부님, 우리 모자 이렇게 잘 대해주셔서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이 서툴러서 표현을 잘 못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부님."


국적이 달라 한국말이 서툴다. 하지만, 나는 참 오랜만에 감사함을 전하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물론, 내가 하는 일이 무슨 감사나 은혜 돌려받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내 선의에 감사하다는 인삿말 한 마디 정도는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두 시간 강의 마치고 나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후기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 5년, 6년, 7년.... 평생 무료 재수강 열심히 하면서도 여지껏 블로그에 강의 후기 한 번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전화 한 통에 시리도록 행복했다가, 어찌 이리 도리 없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마음 어두워졌다.


별 것도 아닌 일. 별 것도 아닌 말.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과 말이 맞다. 그런데, 인생에서 닥치는 일 중에 특별한 일과 말이 몇이나 되는가. 대부분 별 것도 아닌 일과 말에서 상처도 받고 실패도 하고 불행도 한 것 아닌가.


작은 말을 주의해야 한다. 작은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말 할 수 있는 거잖아! 아니,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이미 뱉은 말이라면, 그 자리에서 주워담아야 한다. 시간 지나면, 그 말은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다. 말이 예쁘면 행복해진다. 감사하다는 말, 후기 하나. 그거면 충분하다. 듣기 불편한 말을 듣지 않는 만큼 행복하다. 그런데, 자꾸만 나는 행복하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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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주변에 맴돈다. 한 번 들은 말을 귓속에서 파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을 잘 거르는 사람은 생각이 단순해서 편한 듯 보이지만,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 없는 말을 잘 던지기도 한다. 어쨌든 말은 무게가 있다.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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