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등산 10일차, 참 하기 싫다

하루하루, 꾸역꾸역

by 글장이


"이제는 조금씩 몸을 움직여도 좋습니다. 너무 심한 운동은 절대 금물이고, 가벼운 산책이나 느린 등산 정도로 시작해 보세요."


작년 5월, 신경과 척추가 무너지는 바람에 큰수술 두 번이나 받았다. 두 번 다시 운전도 못할 줄 알았다. 끈질기게 병원 다니면서 치료받고, 나름대로 신경 많이 쓴 덕분에 다행히 서서히 회복되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 가능한 것만 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염증 수치가 확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혈압에도 신경 쓰고, 특히 다리에는 작은 상처도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조금씩 운동을 해도 좋다는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토요일은 제외하고, 일주일에 여섯 번. 새벽 5시에 일어나 7시 20분까지. 두 시간 조금 넘게 매일 산에 오른다. 오늘이 열흘째다. 알람 울리면 옷부터 입고 모자 눌러쓰고 운동화 신고 현관문 나선다. 아직 잠이 덜 깼다. 진짜 하기 싫다.


10년 넘게 새벽 기상을 매일 하고 있지만, 습관이 되기는커녕 여전히 죽을 맛이다. 누구는 21일만에 습관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예외인가 보다. 아무튼, 새벽에 일어나 등산 가는 건 적어도 아직은 참말로 하기 싫은 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열흘째, 그리고 앞으로 100일째 500일째 새벽 등산을 계속할 작정이다. 나는, '하기 싫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내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새벽 기상과 등산이 쉽고 편한 일이었더라면, 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쉽고 편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해서는 변화와 성장을 추구할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꺼이 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등산하는 건 힘들고 어려울 터다. 그래서 기꺼이, 새벽 등산을 해야 한다.


일상 주변을 둘러본다. 쉽고 편한 일도 많고, 어렵고 힘든 일도 흔히 보인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마음은 쉽고 편한 일 선택하고 싶지만, 몸은 기꺼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선택해야 한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내 인생 무너졌을 때를 돌이켜본다. 더 쉽고 편하게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매 순간 더 쉽고 편한 방법 없나 고민했었다. 그런 고민을 늘상 하고 있으니 유혹에 쉽게 걸려들 수밖에. 결국 나는 삶을 통째로 잃었고, 쉽고 편한 방법 찾다가 세상 가장 어렵고 힘든 상황에 빠지고야 말았다.


미라클 모닝, 독서, 글쓰기, 운동, 공부 등 매일 반복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삶에 도움 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기가 만만찮아서 자꾸만 포기하거나 물러선다는 게 문제다.


이제 우리는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마냥 편안하고 쉽고 빠른 길만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할 것인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등산하는 것도 이를 악물고 하는 판에,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어렵고 힘든 길을 기꺼이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늘 지금 내가 하는 선택과 결정에 따라 내일의 나와 내 삶이 바뀐다는 거다. 너무 뻔한 소리다. 오늘 힘들면 내일 편할 것이고, 오늘 편하면 내일 죽도록 달려야 하거나 초라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흑백논리로 풀어내지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본다. 새벽에 일어나 등산 시작하는 딱 그 순간은 죽도록 힘들지만, 조금만 잠을 깨면 상쾌하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지기도 한다.


책 읽을 땐 졸리기도 하고 집중도 안 되고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한 권 다 읽고 나면 그 성취감이란 참말로 별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는 동안에는 별 생각 다 들지만, 어떻게든 한 권 완성해서 출간하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힘든 길이 힘들지만은 않고, 쉬운 길이 쉽지만은 않다. 힘든 길에도 기쁨과 보람이 있고, 쉬운 길에도 허탈함과 공허함이 있다. 꽃길만 펼쳐지는 인생은 없으니, 이왕이면 땀과 노력으로 기쁨과 보람 성취하는 선택이 더 낫지 않겠는가.


지난 10년 죽기살기로 뛰었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든 시간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힘든 과정 곳곳에 뿌듯하고 기분 좋고 흐뭇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녹아 있었음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 와중에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바랄 것 없이 충만하고 벅차다. 바로 이 기분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기회만 있으면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기꺼이 선택하려 한다.


힘들면 배운다. 어려우면 깨닫는다. 실패하고 넘어질수록 인생에 대해 아는 바가 많아진다. 많이 알면 사는 게 수월하다. 내 삶이 수월하면 다른 사람 도울 여력이 생긴다. 돕다 보면 보람과 가치 느낀다. 보람과 가치 느끼면 행복하다. 그래서, 다시 힘들고 어려운 일에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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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도 5시에 일어나 등산한다. 아마 또 졸리는 눈을 비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키면서 한숨 푹푹 내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꾸역꾸역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오르다 보면, 또 그 시간이 벅차게 기쁜 날 오겠지.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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