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짓밟은 사람은 용서하기 어렵다

상처 주지 말고 삽시다

by 글장이


10년도 더 지났습니다. 사업 실패 후 파산하고, 감옥에 갈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누나는 제게 "널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했고, 어머니는 제게 "누나한테 함부로 하면 널 자식 취급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맹구. 맹구는 저의 사촌 동생입니다.


많은 친척이 한 자리에 모인 어느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맹구는 술도 마시지 않은 맨정신으로 "은대형은 이제 끝났잖아. 다시 못 일어설 걸." 등과 같은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친척들과도 등을 지게 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모진 말도 할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심한 말을 한 적 있으며,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를 준 적도 많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던지는 상처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겉으로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냅니다. 하지만, 제 안에는 누나와 어머니와 맹구에 대한 원망과 한이 서려 있습니다. 삶이 끝나기 전에 제 마음이 돌아설지 의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형편이 나아지면 그들을 향한 독한 마음도 다 풀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 마음 한 쪽 구석에는 '나한테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라는 설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적 있는데요. 어머니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 지난 이야기다. 너도 힘들었겠지만, 니 누나랑 나도 힘들었다. 옛날 일은 이제 그만 다 잊고, 누나한테도 잘했으면 좋겠다."


어제, 서울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혼자 외숙모와 다녀왔는데요. 거기서 맹구를 만났다 합니다. "옛날 일은 다 잊고 언제 한 번 은대 형님이랑 소주 한 잔 했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세요." 맹구가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어찌 그렇게도 '옛날 일'을 잘도 잊을 수가 있는지요. 당한 놈은 10년을 하루같이 한에 서려 살았는데, 상처를 준 사람들은 한결같이 옛날 일을 잊고 살았나 봅니다.


제 안에 사무친 원망 때문에 일상에 방해가 되거나 저 혼자 끙끙 앓는 일은 없습니다. '그들' 때문에 소중한 제 인생 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잊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잊을 수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벼랑 끝에서 자신을 떠민 사람을 잊겠습니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을 용서하지 않는 것과 '그들 때문에' 내 삶이 흔들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는 게 있어 그들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야 합니다.


저는 그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뿐입니다. 매일 매 순간 그들을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죠. 선을 그어놓고, 그들이 더 이상 내 삶의 안쪽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매 순간 증오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치유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일종의 병입니다. 정신적인 질환이지요. 과거 상처와 아픔이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면,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인생입니다. 그들을 원망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압도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건넵니다. 삶을 다시 일으키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들을 설명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당부합니다.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도 있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조언을 건넬 때마다 제가 원칙으로 삼는 바가 있는데요. 그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힘든 사람을 '밀어 넘어뜨리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도박 중독에 걸린 사람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습니다. 가족도 있고, 정신 멀쩡한 양반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통을 한 번 휘갈겨주고 싶지요.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을 절벽 아래로 떠밀어버리면, 그는 무너지고 말 겁니다. 무너지면서 동시에 저에 대한 한을 품겠지요.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독한 말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진심으로 위하는 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조언을 건넨답시고, 자기 안에 가득 찬 화를 쏟아붓거나 상대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을 절제하고 상대를 온전히 위하는 것이 진정한 조언입니다. 그래서 조언하는 게 어렵고 힘든 겁니다.


누가 힘들다 하면, 진심으로 다해 위로와 조언을 건네야 합니다. 만약,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위기를 맞습니다. 당장은 아무 일 없을 것 같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건과 상황이 툭 튀어 나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반드시 한 번은 만나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의 기억은,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평생 갑니다. 남들은 "옛날 일이니까 다 잊고 살자"라고 쉽게 말하지만, 인생 최악의 순간에 보고 들은 내용은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망하고 증오하며 화를 품고 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무너진 사람한테는 어떤 말이든 조심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누구도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캄캄하고, 더 이상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사람한테 "인생 똑바로 살아라!"라는 말은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성질이 많이 더럽고 입이 험한 편입니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성격이라고 변명하지만, 같은 대구 사람이 봐도 제가 좀 거친 면이 많다고 합니다. 주의하려고 애씁니다. 말과 행동을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최소한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주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저한테 상처받고, 저를 향해 분노와 원망을 쌓은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요. 그들이 이 글을 볼 가능성 매우 적겠지만, 진심 다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옛날 일이니까 다 잊자는 말은 차마 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겠지요. 말은 한 번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어쩌면, 누나와 어머니와 맹구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화살을 맞았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책 읽고 강의 듣고 글 쓰면서 공부하는 이유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함이지요.


부디, 다른 사람 가슴에 비수 꽂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은 아무 나쁜 의도 없이 툭 던지는 말이겠지만, 상대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됩니다.


사람이 살면서 예쁜 말만 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겁니다. 매 순간 욱하는 감정 튀어나올 수도 있겠지요. 다만, 의식하고 노력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말을 주의깊게 하게 될 겁니다.


말을 조심해서 하기 위해 제가 쓰는 방법은 "어머!"라는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 겁니다. 남자 입에서 "어머!"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게 좀 어색하고 민망하긴 하지만, 덕분에 저는 말을 아주 신중하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머! 저 차가 끼어들고 있네!"

"어머! 또 시비를 거네!"

"어머! 컴퓨터 전원이 꺼졌네!"

"어머! 또 짜증이 나려고 하네!"

"어머! 전화가 계속 오네!"


"어머!"라는 감탄사를 붙이는 순간, 모든 상황이 <개그 콘서트>로 바뀝니다. 마음에 웃음이 자리잡는 순간, 험한 말보다는 우스갯소리가 먼저 나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머!"라는 감탄사의 효과는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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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제 마음에도 독기가 사라지고 꽃이 피는 날 오겠지요.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제 마음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조금은 더 좋은 마음 새길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거듭해야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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