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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과 호구의 결정적 차이

착한 사람 되려다 만만한 사람 되었을 때

by 글장이


회사 다니던 시절, 서울 본사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 저는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인정해 줄 거라 믿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상사가 제게 업무 지시를 하는 거야 직장이니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동료들도, 심지어 후배들까지 저한테 일을 떠넘기기 일쑤였습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그게 바로 제가 '착한 사람'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느냐 호구가 되느냐,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착한 사람 되느냐 만만한 사람 되느냐, 이 또한 한 끗 차이입니다. 호감과 호구의 결정적 차이! 어떻게 해야 만만한 사람 되지 않으면서도 착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가.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경계선"입니다. 착한 사람은 도와주되 선을 지킵니다. 도울 수 있을 때 돕고, 안 될 때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존중합니다.


만만한 사람은 경계선이 없습니다. 모든 부탁을 들어주고, 자기 희생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이용합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경계선을 긋지 못했습니다. 내가 힘들어도 남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게 착한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착함이 아니라 자기 방어 능력의 부재였습니다.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미움받을까 두려워서, 거절하지 못한 거였죠. 진짜 문제는, 그렇게 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사람들에게 소홀해졌다는 겁니다. 가족, 친한 친구들. 정작 이들과 보낼 시간이 없었습니다. 남의 부탁 들어주느라 바빴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경계선을 지키면서도 바람직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선을 그어야 합니다.


첫째, 즉답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고 답할게요"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벌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말 도와줄 수 있는지, 도와줘야 하는지 말이죠.


둘째,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미안한데, 이번엔 어려울 것 같아요"면 충분합니다. 변명을 늘어놓으면 상대는 그 변명을 뚫을 방법을 찾습니다.


셋째, 대안을 제시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습니다.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은 안 될 때만 대안을 제시합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다음 주면 가능해요" 같은 식으로요. 그렇지 않다면 "이번엔 어렵네요"로 끝냅니다.


넷째,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거절은 나쁜 게 아닙니다.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지키는 정당한 권리입니다.


다섯째, 나와 내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나 자신이 당당하게 '좋은 사람' 되는 것이 중요한가. 미묘한 어감의 차이지만, 이것이 행복한 삶의 결정적 요소입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겁니다. 내가 나를 만만하게 대하면 남들도 나를 만만하게 대한다는 거지요. 제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들도 제 시간을 함부로 여깁니다. 제 의견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남들도 제 의견을 무시합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나요? 그렇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착해야 합니다. 내 시간을 지키고, 내 한계를 인정하고, 내 감정을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그런 다음 남을 도와야지요. 그 때의 도움이야말로 진짜 도움입니다. 억지로 짜낸 희생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온 베풂이니까요.


저는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짜 중요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착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착하기 위해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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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경계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합니다.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쁜 게 아닙니다. 자기 존중입니다. 착하게 사는 것과 만만하게 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 '착함'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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