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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계의 계절

집착, 자신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by 글장이


"우리 요즘 연락 안 하네."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관계가 끝나는 건가?' 싶었죠. 대학 때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은 수업 듣고, 같이 밥 먹고, 주말에도 만나고. 술자리, 당구장, 언제 어디든 함께였지요.


그런데 졸업하고 1년쯤 지나니까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서로 각자의 일에 바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하고 만나던 우리가 어느새 두세 달에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친구가 나를 멀리하는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억지로라도 연락하려고 애썼습니다. 별일 아닌 걸로 카톡을 보냈고, 만나자고 먼저 말하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연락이 뜸해지는 건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을요.


봄에 피는 꽃이 겨울에도 피어야 할까요? 아니죠.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릅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시기에는 매일 연락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학교 다닐 때, 같은 회사 다닐 때, 비슷한 고민을 할 때. 환경과 관심사가 비슷하니까 자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연락 빈도도 바뀝니다. 당연한 겁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당시, 친구는 결혼했고 저는 혼자였습니다. 이야기할 주제가 달라졌던 거지요. 친구는 육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는 그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어들었죠.


친구는 지방으로 이사 갔고 저는 일산에 살았습니다. 만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처럼 "야, 지금 나와" 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만남도 줄어듭니다.


이게 나쁜 걸까요?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계절이 바뀌듯 관계도 바뀌는 겁니다. 환경, 조건, 관심사, 주변 상황이 서로 바뀌었음에도 무리하게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주 연락해야 좋은 관계라고 착각하곤 하는데요. 생각해 봅시다. 매일 연락하지만 형식적인 관계와, 1년에 한 번 만나지만 마음 편한 관계 중 어떤 쪽이 더 소중한 걸까요?


저는 1년에 한두 번밖에 안 만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락도 거의 안 합니다. 그런데 만나면 어제 본 것처럼 편합니다. 어색함이 없습니다. "야,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어. 너는?" "나도. 뭐 먹을래?"


이게 전부입니다. 근황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연락 안 했던 것에 대해 사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좋으면 그만입니다. 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지만 불편한 관계도 있습니다. 만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만나는 거죠. 연락 빈도는 높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연락 빈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만났을 때의 진심이 중요합니다.


"왜 연락 안 해?" "나한테 관심 없는 거야?" "우리 사이가 멀어진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면 관계가 부담스러워집니다. 상대는 '연락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의무감으로 유지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전에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나한테 뭔가 불만 있어?" 친구는 당황했습니다. "아니, 그냥 바빴어. 무슨 불만이 있겠어?"


하지만 그 이후로 관계가 어색해졌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연락하는 게 부담스러워졌을 겁니다. '연락 안 하면 또 섭섭해할까 봐' 하는 생각이 들었겠죠. 집착을 놓으니까 관계가 편해졌습니다. '연락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 '만나고 싶을 때 만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훨씬 가벼웠습니다. 놀랍게도 관계가 더 좋아졌습니다.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어떤 관계는 연락이 뜸해지면 자연스럽게 끝납니다. 그리고 그게 맞습니다.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 중에는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사람 많습니다. 처음엔 서운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친했는데...'


하지만 이제는 이해합니다. 그 관계는 그 시기에만 필요했던 거라는 사실을요. 같은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가까웠던 거지, 진짜 마음이 통해서는 아니었던 겁니다. 나쁜 게 아닙니다. 그 시절에 좋은 추억을 만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억지로 관계를 이어갈 필요는 없죠.


반면 연락이 뜸해져도 남는 관계가 있습니다. 몇 년을 안 만나도, 연락을 안 해도, 다시 만나면 편한 사이. 이게 진짜 관계입니다. 진짜 관계는 빈도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신뢰로 유지됩니다. '저 사람은 내 편이야' '언제든 연락하면 달려올 거야' 이런 확신이 있으면 연락이 뜸해도 괜찮습니다.


20대에 필요한 친구와 40대에 필요한 친구가 다릅니다. 20대에는 같이 놀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술 마시고, 여행 가고, 밤새 수다 떨 친구요. 그 시절에는 그게 중요했습니다.


30대에는 비슷한 고민을 나눌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커리어, 결혼, 육아.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40대에는 깊은 대화를 나눌 친구가 필요합니다. 인생의 의미, 후회, 앞으로의 계획. 가벼운 수다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원하게 됩니다.


각 시기에 필요한 게 다르니까 만나는 사람도 달라집니다. 20대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지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이죠. 이건 배신도 아니고 변심도 아닙니다. 그냥 성장입니다. 각자 다른 인생 단계에 있는 거죠.


제 삶에는 몇 년째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좋은 일 있을 때 알리고 싶은 사람, 우연히 무언가를 보다가 떠오르는 사람.


연락은 안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제 삶의 일부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고, 평생 안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제 삶에 남긴 흔적, 함께한 추억, 배운 것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합니다.


어떤 친구는 제게 용기를 줬습니다. 어떤 친구는 다른 관점을 알려줬습니다. 어떤 친구는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뎠습니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제 안에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관계입니다.


연락이 뜸해지는 관계를 억지로 붙잡으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정기적으로 만나자" "한 달에 한 번은 꼭 연락하자" 이런 약속은 부담만 됩니다. 자연스럽게 두면 됩니다. 연락하고 싶을 때 하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면 됩니다.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만약 관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 관계의 수명이 다한 겁니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관계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만 됩니다.


놓아주어야 합니다. 진짜 관계는 놓아줘도 돌아옵니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연결될 겁니다. 인생에서 '억지로' 무언가를 한다 하여 잘 풀리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그냥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연락은 안 하지만 잘 지내고 있길 바라.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 언제든 들어줄게. 좋은 일 있으면 자랑해줘. 함께 기뻐할게." 연락 빈도가 줄었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삶이 바쁠 뿐입니다.


SNS에서 친구의 소식을 보면 '좋아요'를 누릅니다. 댓글은 잘 달지 않습니다.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우연히 친구가 생각나면 좋은 기운을 보냅니다. 전화를 하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빌어주는 것이죠.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겠지'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저는 이 정도가 지금 시대 우정이라고 생각하빈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합니다. 하지만, 몸이 멀어져도 마음에 계속 간직하며 자주 떠올리면 멀어지지 않습니다. 마음마저 떠난다면,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연락 빈도는 관계의 온도입니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습니다. 계절처럼 변합니다. 하지만 관계의 깊이는 다릅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신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연결,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한 마음.


온도에 집착하지 말고, 깊이를 봐야 합니다. 매일 연락하는 얕은 관계보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깊은 관계가 낫습니다. 형식적인 안부보다 진심 어린 한마디가 소중합니다.


연락이 뜸해졌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저는 글쓰기 강사입니다. 강의 때마다 강조합니다. 글쓰기 자체를 조금 가볍게 여기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인생도, 관계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심각하고 무겁게 여길수록 내 마음만 힘들어집니다.


나무는 겨울에 잎을 떨어뜨립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잎이 납니다. 뿌리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도 같습니다. 연락이 뜸해지면 관계가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뿌리가 살아있으면 다시 꽃을 피웁니다.


몇 년 만에 연락한 친구와 통화하면 신기합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편합니다. "오랜만이야"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런 마음이 가능한 이유는 뿌리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신뢰, 추억, 마음. 이런 것이 뿌리입니다.


연락 빈도는 나뭇잎입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뿌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연락이 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각자의 계절이 다른 거니까요.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집착할 이유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두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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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관계는 빈도가 아니라 깊이로 증명됩니다. 연락이 뜸해져도, 마음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스마트폰 시대, SNS 시대입니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마주하는 세상이지만, 그대로 우리 마음에 '친구, 사랑' 이런 감정이 따뜻하게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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