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에, 사람 덕분에
대기업 금융 계열사에서 10년쯤 근무했을 때, 유혹을 받았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나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결정이었지만, 저는 그 유혹을 받은 지 이틀만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직서를 받은 당시 저의 상사는 제가 아주 존경하고 따르는 분이었는데요. 그 분이 제게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돈도 좋지만, 사람 잃으면 끝장이다.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겠냐?"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는 상사의 방을 나왔습니다. 그 길로 저는 차가운 세상과 맞짱을 뜨게 되지요.
사실, 그 시절에는 상사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젊은 혈기 때문인지 사람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 후로도 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돈, 돈, 돈밖에 몰랐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인생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저는 돈과 사람 모두를 잃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돈은 다시 벌었는데...... 그 시절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을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일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대면 수업을 했었고,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온라인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났지요. 해외에서도 함께 하는 분이 많습니다.
다양합니다. 나이, 성별, 직업, 학력 등은 물론이고, 성격, 환경, 신체 조건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글 쓰는 사람도 있고 불편한 몸으로 애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곳이니까 글만 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삶을 쓰는 것이지요. 생각과 태도가 잘못된 사람이라면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지금껏 이런 마음으로 강의했습니다.
때로 저의 이런 방침이 못마땅하다 하여 자이언트를 떠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흔들렸지요. 나도 돈과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팔리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속도 많이 상했고 눈물도 흘렸고 다 때려치울까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껏 버틴 것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은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들은 늘 저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줍니다. 그들은 늘 저를 응원하고 격려해줍니다. 제가 그들을 가르치는 것인지, 그들이 저를 가르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사람과 사랑을 배웁니다.
저는 사람들이 나중에 "자이언트에서 글쓰기를 배웠다."라고 말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진정 바라는 것은, "자이언트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름답고 행복했다."라고 그들이 말해주는 것이지요.
어떤 일을 하든 고난과 시련은 마주하게 마련입니다. 피해갈 수 없지요. 갈등과 번민, 다툼, 마찰 등 불편한 시간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전함으로써 타인을 돕는다! 그 하나 바라보며 달려갑니다.
자이언트에 오신 모든 분들. 한 명 한 명 제게는 더 없이 소중합니다. 이름 그대로,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거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돈과 사람이라면 사람을 택하십시오. 성공과 사람이라면 사람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꽃과 사람이라면 사람을 택해야 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사람 때문에 아프고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은 사람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