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글쓰기 방식이 아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

by 글장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들은 글쓰기 기법을 궁금해한다. 어떤 구성이 좋은지, 어떤 문체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그들의 질문에 정중하게 답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진짜 문제는 글쓰기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글쓰기에 관한 책은 넘쳐난다. 유튜브에는 글쓰기 강의가 수천 개 올라와 있다. 블로그마다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팁이 가득하다. 글쓰기 모임도 많고, 온라인 강좌도 많다. 그런데, 글쓰기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정작 글은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완벽한 방법을 찾는다. 최고의 기법을 배우고, 명작을 분석하고, 글쓰기 원칙을 암기한다.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조금만 더 공부한 후에 시작할 거야"라고 말하며 또 다른 책을 산다. 준비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준비를 핑계로 실제 글쓰기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첫 책을 쓰기 전, 수십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유명 작가들의 조언을 노트에 빼곡히 적었다. 완벽한 개요를 만들려고 몇 주를 보냈다. 정작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 문제는 지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키보드 앞에 앉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문장부터 멋져야 하고, 모든 단락이 논리적이어야 하고, 문체가 세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오지 않는다. 좋은 글은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해서, 수정하고 다듬으며 만들어진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초고를 쓰는 '시작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작가 앤 라모트는 "형편없는 첫 초고"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첫 초고는 형편없어도 괜찮다. 형편없어야 한다. 초고의 목적은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페이지 위에 꺼내놓는 행위 자체이기 때문이다. 일단 무언가를 써놓으면, 그제야 비로소 개선할 수 있다. 텅 빈 페이지는 개선할 수조차 없다.


첫 책의 초고를 쓸 때,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일단 쓰자. 형편없어도 상관없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 그렇게 매일 새벽과 늦은 밤 두 시간씩 키보드 앞에 앉았다. 쓴 내용의 절반은 나중에 삭제됐고, 나머지 절반도 수없이 수정됐다. 그 형편없는 초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다.


재능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규칙적으로 글을 쓴다.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기분이 좋을 때만 쓰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네 시간 동안 글을 쓴다. 스티븐 킹은 하루도 빠짐없이 2천 단어를 쓴다.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천재여서가 아니라, 매일 자리에 앉기 때문이다. 그들은 글쓰기를 영감의 문제가 아니라 루틴의 문제로 만들었다. 루틴이 재능을 이긴다는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영감이 있을 때 써야 좋은 글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감은 예측할 수 없다. 영감을 기다리며 한 달을 보내는 것보다, 영감 없이 매일 한 시간씩 쓰는 것이 더 많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다.


책 쓰기로 작정한 후, 매일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글쓰기 시간으로 정했다. 매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글을 썼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뭔가가 나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영감이 없어도, 글은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쓴 글들이 모여 11권의 책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쓰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게 그토록 어려울까?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방해 요소가 있다. 스마트폰 알림, 해야 할 다른 일들, 불편한 의자, 정리되지 않은 책상. 이런 작은 마찰과 방해물들이 쌓여서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글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글쓰기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노트북과 책 세 권, 노트, 펜만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방에 두고, 인터넷은 필요할 때만 연결한다. 방바닥에 앉아 아들 어렸을 적에 사용하던 공부 책상 사용했고, 책상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했다.


아울러, 글 쓰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단계를 최소화했다. 전날 밤에 노트북을 켜두고, 글쓰기 프로그램을 열어둔다. 새벽에 일어나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생각할 필요 없이, 결정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글 쓰기 시작되도록 만들었다.


작은 마찰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노트북을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파일을 찾는다"는 불과 몇 분의 과정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 이 장벽을 없애면, 글쓰기는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간단하다. "많이 쓰세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글을 잘 쓰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쓰는 것뿐이다. 여기에 독서와 학습과 루틴과 마음가짐이 결합되면, 누구나 책 집필할 수 있다.


도예 수업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 교수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학기 말에 완벽한 도자기 하나만 만들면 됐다. 두 번째 그룹은 가능한 한 많은 도자기를 만들어야 했고, 무게로 평가받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최고의 작품들은 모두 두 번째 그룹, 즉 양을 추구한 그룹에서 나왔다. 많이 만들면서 실험하고, 실수하고, 배운 학생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한 편을 쓰려고 고민하는 것보다, 열 편의 글을 마구 쓰는 것이 실력을 향상시킨다. 처음 몇 편은 형편없을 수 있다.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문장이 자연스러워지고, 구성이 명확해지고, 자기만의 목소리가 생긴다.


첫 책을 쓰기 전에 이미 수백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대부분은 읽을 만한 수준조차 아니었다. 그 수백 편의 연습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양이 질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했다. 지금도 매일 쓴다. 출간된 책이 11권이지만, 내가 쓴 글의 양은 그보다 훨씬 많다. 블로그에만 8천 편 넘는 글이 있다.


"지금은 바빠서 못 쓰고 있어요. 시간이 좀 더 생기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예요."

자주 듣는 핑계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은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만들지 않는 한,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모두 바쁘다. 어떤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도 글을 쓴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글쓰기를 "시간이 나면 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만들었다.


나도 한가하지 않았다. 막노동을 하면서,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 눈치 보면서, 돈 걱정 하면서, 다른 할 일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매일 새벽 두 시간, 그리고 한밤중 두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했다. 다른 어떤 일들보다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어서 쓴 게 아니라, 쓰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시간을 만들었던 거다.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 시작할 수 있다. 하루 15분이라도 좋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도 좋고, 점심시간에 노트에 끄적여도 좋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환경이나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쓰기 시작하는 행동 그 자체이다.


글쓰기 방식에 대한 고민은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 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글을 써 봐야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할 일은 간단하다. 책을 덮고, 강의 영상을 끄고, 이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서 첫 문장을 쓰는 거다. 문장이 형편없어도 괜찮다. 무슨 내용을 쓸지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다음 문장이 나온다. 그리고 다음 문장이 나온다.


완벽한 글쓰기 방법을 찾는 데 1년을 쓰는 것보다, 형편없는 글이라도 매일 쓰는 것이 더 빨리 작가 되는 방법이다. 글쓰기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지식이 아니라 습관이다. 준비가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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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작가가 되었다면,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완벽한 기법 때문이 아니다. 매일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단순한 행동이 그로 하여금 책을 출간하도록 도운 거다. 다음도 아니고 나중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다. 지금, 첫 줄을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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