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작은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창원 파티마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요. 아버지 밑으로 세 명의 남동생과 한 명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남동생 한 명과 여동생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두 명의 남동생만, 그러니까 저한테는 작은아버지 두 분만 계신 거지요.
형편이 어렵습니다. 예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평생을 병원 신세 지며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밑 동생을 남달리 아끼셨는데, 자꾸만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다 하셨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1층 카페에 자리를 잡고 전화를 걸어 작은아버지 내려 오시라 했습니다. 어제 시술을 받은 탓에 링거병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 보조기를 끌며 카페로 들어서는 작은아버지. 보는 순간 짠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는, 아버지께서 봉투에 100만원 넣어 작은아버지께 전했습니다. 사실, 그 돈은 제가 드린 거거든요. 아버지 정성도 보이고, 작은아버지께 조금이나마 도움 되라고 성의를 보인 겁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작은아버지는 100만원이 든 봉투를 스윽 챙겨 입원복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안 주셔도 되는데" 딱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이후로 계속 "돈이 없다, 돈이 부족하다"라는 말만 계속하셨지요.
작년 이맘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병문안 온 적 있는데요. 그때는 사고로 다친 경우라서, 제가 아버지께 500만원 마련해드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돈을 작은아버지께 전했고, 작은아버지는 얼굴이 땅에 닿을 정도로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설마, 작은아버지께서 기대했던 만큼의 금액이 아니라서 못마땅했던 것일까요. 절대로 아니라고, 저 진짜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싶습니다.
돈 봉투를 전한 지 불과 5분도 안 되어서, "저는 몸이 안 좋아서 그만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무뚝뚝한 인사 한 마디를 남기고는, 혼자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가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인사도 없이 올라가버렸지요.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올랐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 세 사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지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압니다!"
운전하는 동안 영화 대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몸이 많이 아프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혼자 몇 번이나 생각을 돌렸습니다.
어차피 돈 준비한 것도 작은아버지한테 감사 인사 받자고 한 일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한 일이지요. 그럼에도 자꾸만 마음 한 편이 서운하고 섭섭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얘기를 입밖으로 꺼내면, 아버지 심정이 더 상하실 것 같아서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오후 3시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막노동 하던 시절 이후로 새삼스럽게 기운 빠지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인생 다 무너졌을 때, 책에서 읽은 '감사' 이야기로 저의 감사가 시작되었지요. 다소 흑심 품은 감사였습니다. 감사를 반복하면 인생 좋아진다 해서, 억지로 감사했습니다.
감옥에 있지만, 건강한 몸으로 더 오래 있지 않아서 감사하다. 모든 걸 잃었지만, 아직 나 자신은 남아 있어서 감사하다. 그나마 나이가 아직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다행이다.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하루 세 끼 밥 걱정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의도적인 감사를 지속하면서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감사하는 척하는 정도만으로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진심 다해 감사하게 되면 진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아무런 조건 없이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감사할 일이 생겼는데도 감사하지 않는 태도는 자기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나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는데 왜 이것밖에 주지 않느냐. 이런 불만이 바로 거지 근성입니다.
"아니,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이 왜 수강료를 이렇게 비싸게 받습니까! 그냥 공짜로 해도 될 것이고, 뭐 만 원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예전에 누군가 저를 향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식당도 밥을 공짜로 줘야 하고, 백화점에서도 옷을 공짜로 줘야 하고, 휴대전화도 공짜로 쓰고, 집도 공짜로 주고, 차도 공짜로 주고.... 세상이 다 그렇게 자신에게 공짜를 제공하길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거지 근성의 절정이지요.
상대가 금액을 얼마로 하는가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얻는 가치에 따라 얼마를 제공할 것인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의 노력과 정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공짜로 해달라는 식의 심보는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죠.
아버지는 저녁 모임에 가셨습니다. 현관에서 구두 신고 돌아서 나가실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동생이 오늘 보여 준 행동에 대해 많이 속상했을 테지요. 아버지 마음 상한 모습 때문에 저도 더 속이 상했습니다. 감사는 기분 따라 상황 따라 하는 게 아닙니다. 기본이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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