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나를 위해, 독자를 위해

Dec 17. 2025

글쓰기에서 목적지는 단순히 '글을 완성하는 것' 이상이어야 합니다.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은 항해는 표류하기 쉽듯이, 글쓰기 역시 내가 이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보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때 비로소 문장에 힘이 실리고 글 색깔이 분명해집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분들과 함께 글을 써왔는데요.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려는 사람 중에 딱히 별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글쓰기/책쓰기는 그 어떤 일보다 자기만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거나 희미하면,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 매우 큽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집필하려 하는가. 선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면의 동기'와 '외면의 목표'를 구분하여 정의하는 겁니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시작하며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책을 내고 싶다'는 외적인 목표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 목표는 타인의 반응에 좌우되기 때문에 금방 지치게 만듭니다.

반면,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거나 '내가 가진 지식을 정리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내면의 동기는 글 쓰는 매 순간 자신을 지탱해 주는 강력한 에너지가 됩니다.

지금 바로 종이를 꺼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내면과 외면으로 나누어 각각 세 가지씩 적어 봐야 합니다. 내면의 동기가 단단히 뿌리내릴 때, 외적인 목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열매가 될 테지요.

다음 단계로, 글쓰기의 '페르소나'와 '타겟 보상'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내가 쓴 한 편의 글이 세상에 나갔을 때, 독자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싶은지 결정합니다. 만약, 독자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면 작가 자신이 얻는 보상은 '공감과 연결'이 될 것이고,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면 '전문가로서의 신뢰'가 보상이 될 겁니다.

작가 본인이 얻고 싶은 것이 '치유'인데 정작 글은 딱딱한 정보 전달 위주로 쓰고 있다면, 글을 마친 후에도 공허함만 남게 됩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느끼고 싶은 감정이나 상태가 무엇인지 미리 정해두면, 글의 어조와 내용이 그 목적을 향해 일관되게 흐르게 됩니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위대한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오늘 한 편의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에 집중해 보는 거지요. 예를 들어 "오늘 글쓰기를 통해 복잡했던 머릿속을 10% 더 맑게 만들겠다"라거나 "내가 가진 노하우 중 딱 한 가지만이라도 명료하게 언어화해 보겠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목표를 세우는 겁니다.

이러한 작은 성취들이 쌓여야만 거대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끈기가 생깁니다. 큰 목적지는 북극성처럼 멀리 두되, 매일의 글쓰기에서는 발밑의 등불처럼 아주 가까운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바는, 글쓰기의 목적은 언제든 수정되고 진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록을 위해 시작했다가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기쁨을 발견하고 목적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변덕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