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게 먼저다

행복하게 쓰는 글이 행복한 메시지를 전한다

Dec 18. 2025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여기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 많습니다. 더 잘 쓰려고 하고, 더 멋진 글을 쓰고 싶어 하지요. 다른 사람들 반응이 좋으면 자신도 기뻐하고, 다른 이들 반응이 시원찮으면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타인의 반응에만 연연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노예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취향과 관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두 다르다는 뜻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취향과 관점에 내 글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니까 힘이 들고 애가 쓰이는 것이지요.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재미나 가치보다는 무의미한 노동에 가깝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 싹 다 무시한 채 본인 쓰고 싶은 것만 줄줄이 적는다 하여 그게 글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바로 이 지점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복잡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 중에서 나의 경험과 지식과 맞물리는 영역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독자들의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조언을 건넬 수 있는가. 독자와 작가의 공통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을 글로 쓰면 가장 마땅하다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네, 맞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독자와 작가의 공통 영역을 딱 찾아서 술술 써내려갈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초보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걸까요?

첫째, 독자 눈치 보지 말고 독자 위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 실력을 떠나서, 독자 눈치를 보는 순간 형편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진실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담백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뭐가 됐든 돕겠다는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둘째, 작가 스스로 어떤 고민이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가 잘 살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골칫거리를 품고 있지요. 독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작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듯 글을 쓰면, 그것이 곧 독자에게 도움 된다는 뜻입니다.

셋째, 글쓰기는 시험이나 평가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도구임을 알아야 합니다. 독자들이 읽고 나서 "좋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독자가 직접 실행하고 변화해서 더 나은 인생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해야 독자 마음을 움직여 행동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장은 이런 차원이겠지요.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정리해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작가가 행복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글을 써야 한다!"

많은 작가가 인상 팍팍 쓰고 한숨 푹푹 내쉬고 머리 쥐어뜯으며 글을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런 식으로 글 쓰는 걸 반대합니다. 어떻게든 책 출간해서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만 하면 된다? 그럼, 글 쓰는 내내 불행하고 초조하고 불안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작가가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에서 쓰는 글이 독자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작가가 행복하고 벅찬 마음으로 글을 써야, 독자도 작가 마음에 공명할 수 있습니다. 문학적인 작품이야 독자가 그 줄거리나 문체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뇌하며 써도 아무 문제 없겠지요. 허나,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처럼 독자 삶과 직결되는 글을 쓸 때는, 작가가 어떤 태도로 쓰는가에 따라 독자 가슴에 전달되는 강도가 달라집니다.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꾸만 더하거나 빼면서 글을 쓰면, 결국 독자도 그 글이 '가짜'임을 알게 될 겁니다. SNS나 숏츠 영상을 보면, "돈, 성공, 부자" 등의 키워드로 "빠르고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가 넘쳐나는데요.

이 모든 것이 결국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장하고 부풀린 글과 영상입니다. 또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라는 말은 쏙 빼버리기도 하고요. 부풀리거나 감추는 글과 영상은 결국 실체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평가 잘 받기 위한 글 말고, 내 경험과 지식으로 독자들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진짜' 글을 써야 합니다. 당장의 돈벌이에 눈이 멀어 독자 눈치만 보는 글.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글 쓰는 내내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 마음이 좋아야 합니다. 내가 좋아야 좋은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작가가 불행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운데, 무슨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내 경험과 지식으로 독자들에게 도움 되는 글을 써야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고 가치도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