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닥치고 쓴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손가락이 얼어붙는 경험 누구나 하게 됩니다. 머릿속에는 멋진 문장과 참한 메시지가 가득한데, 정작 모니터에 찍히는 첫 줄은 초라해 보이기만 하지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완벽주의'라는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적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라는 감옥의 문을 부수고, 거침없이 '일단 쓰기'의 세계로 나아가는 법에 대해 깊이 있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고 멈춰 서는 가장 큰 이유는 초고를 마치 최종 결과물처럼 여기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남들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창의성을 담당하는 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지요.
저는 수많은 예비 작가를 컨설팅하며 단언컨대 '완벽주의는 미덕이 아니라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합니다. 완벽하게 쓰려고 미루는 행위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11권이나 출간했지만, 아직도 첫 문장을 쓸 때는 이것이 과연 글로 가치가 있을까 의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형편없는 첫 문장이 있어야만 비로소 고칠 수 있는 '두 번째 문장'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쓰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뇌의 '창조 모드'와 '편집 모드'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방금 쓴 문장이 비문인 것 같고, 단어 선택이 유치해 보여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초고를 쓸 때는 오직 내면의 이야기를 밖으로 쏟아내는 행위에만 집중해야 하며, 논리를 따지고 문법을 고치는 일은 나중의 나에게 맡겨야 합니다. 마치 찰흙으로 조각상을 만들 때 처음부터 정교한 눈코입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커다란 덩어리를 턱 하고 올려두는 것과 같습니다.
재료가 있어야 깎아낼 수도 있고 다듬을 수도 있는 법입니다. 지금 마주한 하얀 화면은 작가인 나를 심판하는 법정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자유로운 놀이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글쓰기의 문턱을 낮게 설정하는 것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전략입니다. 오늘 당장 천 개의 단어를 쓰겠다고 다짐하기보다, '딱 세 문장만 망쳐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거지요. '망쳐도 괜찮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글은 더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완벽주의라는 괴물은 진지하고 엄숙할 때 더 커지지만, 가볍고 즐겁게 장난치듯 글을 쓸 때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제가 배출한 646명의 작가 중 가장 빠르게 책을 출간한 이들은 실력이 가장 뛰어난 작가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다 쓰고 고치자'라는 마음으로 투박한 원고를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완벽함보다 '완성'이 주는 쾌감을 먼저 맛보았고, 그 쾌감은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두려움의 본질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 있습니다. 내 글이 공개되었을 때 누군가 비웃지는 않을까, 내 생각이 너무 얕아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완벽주의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것이지요. 세상 그 어떤 독자도 우리의 첫 번째 문장부터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화려한 수사학보다 작가의 진솔한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용기에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부족한 글이라도 일단 세상 밖으로 내놓는 용기 자체가 작가로서의 가장 큰 자질입니다. 오늘 부족한 한 편이 내일 더 단단한 한 편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저 마음껏 틀리고 마음껏 서툴러 보는 거지요.
지금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유치하고 평범한 문장 하나를 적어 봅니다. 그 문장 뒤에 또 다른 문장을 붙여 보고요. 중간에 오타가 나도 좋고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끝까지 마침표를 찍는 것에만 몰입해 보는 겁니다.
그렇게 완성된 한 편의 '못생긴 초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초보 작가의 펜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겁니다. 완벽한 작가가 되기보다, 매일 '쓰는 작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오늘 내가 쓴 그 투박한 문장들이 내일의 위대한 작품으로 가는 소중한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 지금 글을 쓰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마음속의 목소리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너무 뻔한 이야기 아냐?" 혹은 "문장이 왜 이래?" 같은 비판적인 생각들 중 하나인가요? 오늘만큼은 그 목소리에게 "잠시만 닥쳐 줄래!"라고 당당하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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