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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전부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글장이


새벽 4시. 샤워기에 물을 틀고 온몸이 폭삭 젖도록 씼습니다. 땀을 흘린 것도 아니고, 특히 겨울에는 아침 샤워가 귀찮고 하기 싫은 루틴입니다. 그럼에도 빠트리지 않고 눈 뜨기 무섭게 씻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잠을 깨기 위함입니다. 하루 4시간 수면을 10년 동안 계속하고 있지만, 눈을 뜨는 그 순간은 여전히 힘들고 몸이 천근만근이거든요.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5분만 더' 바이러스에 하루를 빼앗기고 맙니다. 찬물에 샤워를 하면 금방 정신이 맑아집니다.


둘째, 오늘 하루라는 인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푸석하고 수염은 거칠게 납니다. 이런 몰골(?)로 인생 첫 날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여성분들처럼 화장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씻고 로션 바르고 머리 빗어 넘기는 정도는 당연히 해야겠지요.


셋째, 씻지 않고 그냥 글을 쓸 때와 단정하게 차림하고 글을 쓸 때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지저분한 상태로 글을 쓰면, 마치 제 글까지 지저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손이 끈적해서 키보드 타이핑도 잘 되지 않는 것 같고요. 깨끗하게 씻고 단정하게 앉아 글을 쓰면, 훨씬 간결하고 근사하게 써지는 듯합니다.


강은영 작가와 김한송 작가. 지금까지 두 사람, 잠실 교보 문고에서 저자 사인회를 진행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대한민국 최대 서점인 "교보"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사인을 하는 것은 나름의 로망입니다. 당연히 기분 좋고 행복한 자리일 수밖에 없지요.


두 사람 사인회 진행하는 모습, 흐뭇했습니다. 글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고, 사인 받는 분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고, 일일이 사진 다 찍고...... 한 시간 넘게 같은 자리 앉아서 꾹꾹 눌러 사인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시간이 흐르면 흐트러지게 마련인데, 두 사람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과 수다도 떨고, 또 어디 구석에 가서 좀 앉아서 쉬어도 됩니다. 하지만, 사인회 테이블 바로 주변에 서서 손님들 맞이하고, 화장실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교보문고 측에서 요청하는 협조사항 새겨 듣고 즉시 반영하는 것도 제 몫입니다.


또한, 사인회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온갖 잡다한 일을 도와주는 분들이 항상 계십니다. 어제도 김미예 작가님과 우승자 작가님은 꼬박 두 시간을 서서 사진도 찍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셨습니다.


글 쓰고 책 내는 것,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새벽을 맞이하는 것도 태도이고, 사인회 진행하는 것도 태도입니다.


자이언트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때로 어이가 없다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태도를 가진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저도 욱하는 마음에 질 낮은 태도를 보일 때가 있고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일기를 씁니다. 어제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반성도 하고 성찰도 합니다. 대부분이 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사람 때문에 속상했고, 사람 때문에 살고 싶고, 사람 때문에 살기 싫다는 내용들이죠.


책을 출간하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출판사에 전화해서 따지고 드는 작가도 있습니다.


세상에 책이 나왔는데, 저한테는 연락 한 통 없이 자이언트 작가들한테 책 홍보하고 팔기 바쁜 작가도 있고요.


다른 작가들 행사에는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다가, 자기 책 나오면 행사 작가 선정 기준이 뭐냐며 정색하고 묻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 관한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누워서 침을 뱉는 행위일까요? 저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까지 몽땅 감추고 숨겨가며 내 회사와 조직 최고라고 자랑만 하던 곳들이 얼마나 많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까. 아무리 내 식구라 하더라도, "태도가 바르지 못한" 사람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으며, 때로 다른 사람 발목까지 잡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이언트 회원이 아닌 사람 중에도 더 형편없는 사람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제, 화살표를 저 자신에게 돌려 보겠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사람 대하는 태도가 바뀝니다. 기분 좋고 정신 맑을 때는 말도 행동도 참하게 합니다.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죠. 뻔히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는 스스로 삶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루빨리 일괄성 있는 태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 번 실망을 준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고, 필요없을 땐 나를 무시하는구나, 뭐 이런 유치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죠. 10년 넘게 글 쓰고 책 읽었는데, 대체 저는 그 동안 무엇을 배우고 익힌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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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저는, 오늘 또 다시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반성과 성찰은 '나아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의기소침해서 우울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자기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됩니다. 더 나은 길이 있으면 노력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오늘 제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제가 만나게 될 모든 사람에게 '바른 태도'로 임하려 합니다.


태도가 전부입니다. 태도가 엉망인 사람이 글을 쓰면 그걸 어디에다 쓰겠습니까. 태도가 엉망인 사람이 책을 내면 그 책은 또 어디에다 쓰겠습니까. 태도가 바르고 올곧으면, 글쎄요, 읽고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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