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쓰는가'를 정하라
글을 쓰기 전에 꼭 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이 글을 누구에게 쓰는가 정하는 것이죠.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쓴 글과, 답을 정하고 쓴 글은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글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다섯 살 조카에게 하는 말, 직장 상사에게 하는 말,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하는 말은 완전히 다릅니다.
단어가 다르고, 문장 길이가 다르고, 설명의 깊이가 다르고, 심지어 목소리 톤까지 다릅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겁니다. 글도 똑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상대를 정해두지 않으면, 말로 치면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것과 같아집니다. 허공에 던지는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독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됩니다.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촌 동생, 퇴사를 고민하는 전 직장 동료, 아이를 키우며 자기 시간이 없어 힘들어하는 친구.
이렇게 한 사람을 정해두고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쓰면 글이 달라집니다. 문장이 구체적으로 바뀌고, 예시가 생생해지고, 말투에 따뜻함이 스며듭니다. 무엇보다 쓰는 사람이 덜 막막해집니다. 상대가 분명해지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저절로 떠오르는 겁니다.
제가 이 사실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한 가지만 바꿔도 글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걸 수없이 봤기 때문입니다. 육아하는 모든 엄마를 대상으로 쓴 글은 그저 '일반적'이었습니다. 딱 한 사람, 바로 2년 전의 본인에게 쓴다고 가정한 글은 달랐습니다.
문장이 구체적이었습니다. 새벽 세 시에 분유를 타다가 싱크대 앞에서 주저앉았던 그 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그 계절. 이런 문장들이 나왔습니다. 놀라운 건, 한 사람에게 쓴 이 글이 오히려 훨씬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겁니다. 댓글에는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모두에게 쓴 글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 쓴 글은 여러 사람에게 닿습니다. 사람들은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글에서 독자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 속에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비로소 나도 그랬어, 하는 공명이 일어납니다. 좁게 쓸수록 넓게 닿는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지요.
대상을 정할 때 도움 되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을 사람은 이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이 사람은 이 이야기를 왜 찾아 읽게 됐을까. 이 사람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건 무엇일까. 이 사람이 글을 다 읽고 나서 어떤 마음이 되면 좋을까.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해보면 글의 방향이 선명해집니다. 대상이 정해지면 어휘 선택도, 설명의 깊이도, 마무리 방식도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대상을 정한다는 것이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만 골라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글이 아니라 아첨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대상을 정한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어떻게 전할지를 고민한다는 뜻입니다. 이야기 내용은 내가 정하되, 전하는 방식은 상대에게 맞추는 것. 이 둘의 균형이 좋은 글을 만듭니다.
저는 글을 쓰기 전에 메모장이나 노트에 이렇게 적어둡니다. 이 글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하는 글인가. 한 줄로 정리해 보는 겁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30대 직장인에게, 대상을 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내 경험담을 바탕으로 전함으로써, 그들이 쉽고 명확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한 줄만 써두어도 글이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쓰면서 수시로 메모한 문장을 읽으면, 횡설수설 글이 산으로 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요리로 비유하면 대상을 정하는 일은 누구를 위해 요리하는지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재료로도 어린 조카를 위한 음식과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한 음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간도 다르고, 식감도 다르고, 담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 조정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요리사가 되고,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죠.
글쓰기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대상을 먼저 정해보길 바랍니다. 한 사람을 분명하게 떠올리면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떠오를 겁니다. 그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써 내려가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