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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

겸손한 마음으로

by 글장이


초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썩 괜찮은 원고를 쓰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판단이긴 합니다만, 많은 책을 읽어 본 경험에 비춰본다면 기본은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지요.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퇴고를 반복하면 한결 좋아집니다. 지난하고 힘든 퇴고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의 글은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안타까운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이토록 열심히 쓴 글을 출판사가 알아주지 않을 때입니다. 둘째는, 출판사가 너무 쉽게 인정해주어서 즉시 출간될 때입니다.


최선을 다해 집필하고 퇴고했는데도 출판사가 알아주지 않을 때, 절망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괜찮다고, 출판사 많으니까 다시 투고해 보자고, 제가 아무리 응원하고 격려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럭저럭 잘 되어갈 때는 멘탈 잡기도 수월하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주변 무슨 말을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출판사에 투고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난리 피울 일은 아니지요. 출판사가 원고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출판사가 작가를 평가하듯, 작가도 출판사를 고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출판사에 더 정성을 담아 투고를 계속하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어떻게 하냐고요? 이런 질문은 "그래도 안 될 때" 하면 됩니다. 아직 다 해 보지도 않았는데 굳이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또 다른 방법도 많습니다. 책 내는 길이 어디 하나 뿐이겠습니까. 끝까지 정성껏 투고를 계속합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출판사가 작가의 원고를 알아주고, 즉시 계약을 체결해 출간하는 것은 좋은 일일까요? 작가 입장에서는 만세를 부를 일이지요. 허나,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쉽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좌절하고 절망하는 작가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지도 모릅니다.


자만과 오만. 기고만장합니다. 자신이 대단한 작가인 줄 착각합니다. 어깨뽕이 하늘을 치솟습니다.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던 작가가, 책 한 권 출간하면 태도가 돌변합니다.


첫째, 저한테 조언을 구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둘째, 매일 꾸준히 글을 써서 카페에 올려야 하는데, 그냥 혼자서 집필합니다. 자기 글을 다른 사람이 보면 유출과 도용의 위험이 있다며 혼자 쓰겠다고 말합니다.


셋째, 다 쓰고 난 후에는 저한테 검토해 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출판사와 바로 소통하고 결정합니다. 혼자 힘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인 거지요. 그러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저를 찾습니다.


넷째, 출판 계약이나 출간을 하게 되면 저한테 연락조차 하지 않습니다. 제 도움 받지 않았으니 성과에 대한 연락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섯째,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이언트 작가들이라는 거대한 모임은 계속 이용하려 합니다.


행동 하나하나 돌변합니다. 말투도 완전히 바뀝니다. 아직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잊어버립니다. 어설픈 실력으로 조앤롤링 흉내를 내는 것이죠.


출판 계약 과정이 어렵고 힘든 사람. 그리고 쉽게 계약을 체결한 사람. 어떤 경우에도 작가로서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오늘 무엇을 배웠으며

또 얼마나 연습하였는가?


출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나 책 한 권 내는 것은 작가로서의 목적지가 아닙니다. 결과 지향적인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작가로서의 순수함과 열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리면, 그 때부터는 장사치가 되는 것이죠.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독자를 위함입니다. 공부와 연습을 게을리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태도입니다. 수십 년 글을 써온 사람도 머리 숙이고 배우고 연습하는데, 이제 고작 책 한 권 출간하고 건방을 떨어서야 되겠습니까.


더 훌륭한 글을 쓰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 제임스 스콧 벨, 《작가가 작가에게》


책을 출간하는 것은 글을 쓰는 과정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작은 결실일 뿐이지요. 글 쓰는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순탄할 때도 있고 힘겨울 때도 있게 마련입니다.


계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머리 싸매고 비관할 필요도 없고, 괜찮은 출판사 만나 수월하게 계약하고 출간한다고 해서 기고만장해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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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 책무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오늘 공부했는가? 오늘 연습했는가? 오늘, 더 나은 글을 썼는가? 이러한 질문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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