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태도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글쓰기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지요. 주제, 소재, 구성, 문장입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을 때는 '나도 얼마든지 쓰겠다' 싶지만, 막상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면 첫 줄부터 막막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지난 7년 동안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전국 수많은 작가 지망생 중에서 이러한 고민과 번뇌를 겪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지식과 정보 또는 느낌과 감정을 적기만 하면 된다는데, 왜 이리도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까요.
간신히 한 편의 글을 완성했는데, 이게 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만으로도 만만치 않은데 다 완성한 글조차 버리고 싶은 심정이니, 글쓰기는 역시 나와는 맞지 않은 걸까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태도가 반듯해야 합니다. 아무리 돈 많이 벌어도 태도가 엉망인 사람은 금방 망합니다. 아무리 글 잘 쓰는 사람도 태도가 삐딱하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기본적인 태도를 갖춰야 하고, 부부간에도 바람직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돕는 마음입니다. 둘째, 겸손입니다. 셋째, 성실입니다.
이미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한 사람이 글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과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글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책을 쓰고 난 후에도 대부분 만족해 합니다.
그런데요. 애초부터 돈 벌겠다는 욕심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려는 사람들은 '실패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책 쓰겠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요. 그러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돈만 밝히는 사람은 '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무슨 글을 똑바로 쓸 수 있겠습니까. 독자도 그런 마음 금방 눈치 챕니다. 눈이 엽전 모양인데 어떻게 진실한 글이 나올 수 있겠냐는 말이죠.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어떤 경험이든 배울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걸 나누는 행위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글 말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돕겠다는 마음 갖는 것이 필수입니다.
책 한 권 쓰고 나면 마치 자신이 무슨 글쓰기 도사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 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있지요. '치유의 글쓰기', '책 쓰는 방법', '돈이 되는 글쓰기', '팔리는 책쓰기', '한 달만에 책쓰기', '글 쓰는 인생' 따위입니다. 뭘 얼마나 써 봤다고, 건방이 하늘을 찌릅니다.
사람이 기고만장하면 바다가 무릎 높이로 보입니다. 첨벙첨벙 마구 뛰어들지요. 파도 한 번 치면 휩쓸려 사라집니다.
책을 몇 권을 출간하든 평생 공부하고 배우겠다는 자세로 글을 써야 합니다. 전자책 포함,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519호 작가의 글을 기획하고 곁에서 집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직도 글쓰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배워야 할 것이 태산이고, 공부해야 할 것이 넘쳐납니다. 단 한 번도 똑같은 강의를 하지 않고 매달 새로운 자료를 PPT 700장씩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종료 개념이 없습니다. 글 한 편 썼다고 글쓰기 끝나는 것 아니고요. 책 한 권 썼다고 글쓰기 끝나는 것 아닙니다. 평생 계속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매일 꾸준해야 하지요.
느낌 왔다며 확 몰아치고, 열정 식으면 아예 펜을 놓아버리는 사람 천지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글을 쓰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겠지요.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매일 쓰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매일 글을 써야 하니까 당연히 부지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으른 사람이 글 쓴다는 얘기 들어본 적도 없고, 나태한 사람이 책 내는 경우도 본 적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태도에 대해 정리해 보았는데요. 두 번째 언급한 '겸손'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 편의 글을 겨우 완성했는데, 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 있다고 했었지요?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보면서 "신이시여! 정녕 이 글을 제가 썼단 말입니까!" 하며 감탄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글 잘못 쓴 겁니다. 작가는 결코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헤밍웨이도 그랬고 조앤롤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인 거장들도 늘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그래서 평생 공부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글쓰기 입문하는 사람들이 자기 글에 만족한다면 세상에 그런 자만과 오만이 또 없는 것이지요.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래도 잘했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캬! 또 끝내주는 글을 써냈구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실력이 유지되는 게 아니라 퇴보합니다. 매일 쓰던 사람이 두 달만 쓰기를 놓아도 글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는 작가. 끝장입니다. 제가 평생 무료 재수강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더 이상 돈 걱정 하지 말고, 편하게 입과해서 계속 글 쓰며 공부하라는 뜻이었지요. 이런 제 뜻과는 달리, 책 한 권 달랑 쓸 때만 자이언트를 찾는 사람도 있으니 답답한 심정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부족한 글을 보는 눈에 생겼다는 뜻이고요. 노력하고 공부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은 글을 쓰면서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었다는 말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세상에 어떤 작가가 자신의 글과 책을 가리키며 "잘 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태도이며 겸손한 자세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