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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전력질주

당신은 언제 글을 씁니까?

by 글장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말에만 쓰는 사람도 있지요.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매일 쓰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일주일에 이틀 집중하면서 뜻한 바를 이룬다면 그 또한 최고일 테지요.


매일 쓰는 사람은 마라톤 선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멀리 길게 보면서 호흡을 조절해야 합니다. 쓸 게 없다 싶은 날에도 어떻게든 몇 줄 써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댐이 터지듯 글감이 쏟아지는 날에도 절제하며 펜을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계속 꾸준히 쓸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글을 쓰는 사람은 전력질주하는 단거리 선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닷새 동안 일상을 보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중하여 글을 쓰는 것이죠. 목표한 바를 이루기 전까지는 다른 일정이나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번 놓치면 무려 일주일을 기다린 후에야 다시 쓸 수 있으니까요.


자기만의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라톤 선수한테 100미터 단거리 대회에 나가라고 하거나, 단거리 선수에게 42킬로미터를 뛰라고 하면, 당연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테지요.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이라도 결심한 바를 끝까지 실천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겠다 작정했다면, 적어도 일 년 동안은 실천해야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해서 글을 쓰겠다 마음 먹었으면, 당분간은 주말 외출을 삼가하고 글쓰기에 집중해야지요.


자신이 어떤 패턴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일 쓸 것인가, 주말에 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모양새로 글을 쓸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작가 지망생이 넘쳐난다는 말입니다.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는가? 이 질문에는 얼굴에 홍색을 띄며 열변을 토합니다. 그런데 막상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글쓰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누가 봐도 직장인이라면, 그 사람은 직장인인 겁니다. 누가 봐도 전업주부라면, 그 사람은 전업주부인 셈이죠. 작가라고 볼 수 있을 만한 뭔가가 있어야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시간이 있어야 작가지요.


책을 출간한 작가들을 보면 글 쓰는 시간대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한 꼭지를 씁니다. 또 어떤 사람은 가족이 모두 잠든 후 밤11시부터 새벽까지 쓰기도 합니다. 오전이나 낮 시간에 틈틈이 쓰는 사람도 있고, 주말에 몰아서 집중적으로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가족이나 환경도 제각각입니다. 글을 언제 쓰는 것이 마땅한가. 전제가 잘못된 질문이지요.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언제'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매일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두 시간 동안 글을 씁니다. 점심을 먹은 직후에도 글을 쓰는데, 이 때는 주로 책 집필을 합니다.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이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합니다. 밤에도 글을 쓰긴 하지만, 요즘은 야간 강의가 많아서 조금밖에 진도를 빼지 못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간대에 글을 써 보니까, 아무래도 저는 새벽이 가장 맞는 듯합니다. 일단 세상이 조용하고요. 전화도 없습니다. 아예 스마트폰을 치워버리니까요. 잠에서 깬 직후 피곤하기도 하고 눈이 떠지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찬물에 샤워하고 책상 앞에 꾸역꾸역 앉다 보니 10년 지났네요.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쓰기 싫고 귀찮고 미루게 될 거란 사실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도 없을 겁니다.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마음에 들지도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 뭐라고 할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할 테지요.


겁을 주거나 기운 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누구나 이런 현상을 겪는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혹여 자신에게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나아가길 바랍니다.


매일 글을 쓰든 주말에 몰아서 쓰든,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계속 쓰면 머지 않아 글이 쏟아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겁니다. 바로 그 때가 고비입니다. 제법 잘 써지니까 좋을 것 같지요? 네 맞습니다. 즐겁고 기쁩니다. 하지만, 오만과 자만도 함께 생기기 시작합니다.


'개미 똥구멍'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10년 동안 글을 썼지만, 세계적인 거장들에 비하면 개미 똥구멍 만한 경험에 불과하지요. 그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한편으론 마음이 푸근합니다. 위대한 선배들 잔뜩 있으니, 언제든 어깨를 기대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겸손하기만 하면 문은 언제든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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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라톤 선수입니까? 그렇다면 오늘도 글을 쓰시겠군요. 응원합니다!


당신은 단거리 선수입니까?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 집중해서 글을 쓰시겠군요. 응원합니다!


'언제'는 중요치 않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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