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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내야 할 시기는 언제인가

딱 한 걸음만 더

by 글장이


맨 처음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당장 결과가 눈에 보이는 일도 아니고, 내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것이 제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힘이 빠졌지요. 확실한 뭔가가 있으면 더 힘을 내서 글을 쓸 텐데,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는가 묻는 사람 종종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그냥"이라는 단어로 답변합니다. 말 그래도 "그냥" 썼습니다. 글마저 쓰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지독한 의구심과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그냥"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으로 돌아와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첫 책을 집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인 제가 치욕스러운 개인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과연 마땅한 일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일 글을 썼고, 매일 고민했고, 매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언제든 펜을 내려놓았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을 정도였지요. 게다가, 제가 글을 상당히 잘 쓰는 편도 아니었거든요. 문장력보다는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판인데, 그 내용이란 게 초라하고 형편없이 여겨지니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떳떳하고 싶었습니다. 뭔가 감추거나 숨긴 상태로 남은 인생 살고 싶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럼에도 저를 받아주는 사람 있다면 평생 그들을 위해 글을 쓰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3년간 '노가다' 했습니다. 삽질도 하고 등짐도 지고 돼지 오물과 사체도 치웠습니다. 저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인생 엿같다는 생각 하루에도 수십 번 했습니다.


당장 돈이 없으니 인력 시장 찾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지요. 몸은 부서질 것 같고, 주변에서는 초보 잡부라고 마구 무시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저한테만 시켰습니다. 이 악물고 일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하기 싫고 힘들다는 생각과 해야만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고 방황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다시 반복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요.


개인 저서 일곱 권과 전자책 세 권. 지금까지 총 열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설립해 7년째 운영중이며, 있는 그대로의 제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주신 분들과 글 쓰는 삶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3년간의 '노가다'를 끝내고, 작가 강연가로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느 한 순간에라도 제가 포기를 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삶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계속 글을 썼고, 드러낼 용기를 가졌으며, 이 악물고 삽질했습니다.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언제 만들 수 있는가 하면요.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할 때 만들 수 있습니다.


저의 과거는 모든 순간이 불가능했고 불투명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거든요.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까요. 세상 누구든 불가능하지 않은 삶이 없고 불투명하지 않은 인생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었죠.


승부를 내야 할 시기는 언제일까요? 네, 맞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 이제 그만하고 싶은 순간! 아무 의미도 없고, 한 발짝도 떼기 힘들다 느껴지는 순간! 대부분 사람이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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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만큼 실패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합니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다리에 힘이 풀릴 때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지금은 '너무 빨리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임을 알았다면, 조금만 더 견디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란 것도 알아야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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