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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최고의 글쓰기 코치

쓰고 읽는 삶을 위하여

by 글장이


매일 술술 잘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0년째 쓰고 있지만, 막막하고 답답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속 시원하게 정리가 되지 않을 때도 많고, 문장이 꼬일 때도 있고, 훈계하듯 쓰기도 하고, 메시지가 불투명할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떡 먹다가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 것 같기도 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최고의 글쓰기 코치들이 있습니다. 늘 제 주변에 상주하며, 저를 돕기 위해 온마음을 내어주고 있는 존재들이죠. 그들 덕분에 저는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장석주, 이석원, 류시화, 토니 라빈스, 바버라 에버크롬비, 나탈리 골드버그, 제임스 스콧 벨, 브렌다 유랜드, 정호승, 법정 스님, 존 맥스웰...... 모두가 저의 글쓰기 스승입니다.


어떻게 이 자리에 이 단어를 써 넣을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 사소한 것을 보고 이토록 멋진 메시지를 구상했을까. 물 흘러가듯 덤덤하게 쓰면서도 사람 마음을 출렁이게 만드는 이런 글은 대체 어떻게 썼을까.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질투'입니다.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지만, 얼마 못 가서 제 마음은 불에 타는 듯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문장이 다릅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힘이 다릅니다. 같은 힘이라도 가슴에 꽂히는 정도가 다릅니다.


'질투'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스승들이 제게 주는 메시지는 때로 날카로운 비수가 되기도 하고, 때로 따끔한 회초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도 부지런히 연습하면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쓰레기 같은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 - 나탈리 골드버그

그렇습니다. 잘 쓰고 싶은 욕망으로 글을 쓰긴 하지만, 형편없는 글을 쓸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글을 쓰다 보면 잘 쓸 때도 있고 못 쓸 때도 있습니다. 평가하고 채점하려는 생각보다는, 그저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침입니다.


글을 쓰다가 길을 잃을 때는 언제든 스승들을 찾습니다. '쓰기'와 '읽기'는 묘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요. 쓰다 보면 읽고 싶고, 읽다 보면 쓰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고, 다시 쓰다가 막히면 읽으면서 길을 찾습니다.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최고의 스승들이 곁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글 쓰고 책 내겠다는 사람 중에는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 사람 많습니다.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이 필요하다는 저 유명한 구양수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쓰는 사람은 마땅히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 얼마나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 속에는 '읽기 싫다'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지요. 얼마나 읽어야 잘 쓸 수 있는가가 아니라, 평생 읽어야 하는 겁니다. 쓰기와 읽기는 삶입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잠시 발을 담그는 정류장이 아닙니다.


꿈과 목표도 중요합니다만, '그냥'도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그냥' 태어났으니까요. 태어나 살면서 꿈도 찾고 목표도 갖는 겁니다. 순서를 제대로 지키면 일이 수월합니다. 쓰고 읽다 보면 자기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신념과 열정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독서를 해야 할까요?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태도를 소개합니다.


첫째,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읽어야 그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심장 쿵쾅거리며 읽어가지고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둘째, 읽으면 반드시 적어야 합니다. 책 여백에 써도 좋고, 따로 독서노트를 기록해도 좋고, 블로그에 리뷰나 서평을 써도 좋습니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누적되는 양이 극히 미약해서 독서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셋째, 밑줄을 긋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시 읽는 게 중요합니다. 재독은 필수입니다. 머리 좋다는 천재들도 두 번 세 번 읽는다는데, 우리 같은 범인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한 번 스윽 읽고 치웁니까. 같은 책을 적어도 두 번 읽는 정성이야말로 독서의 기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넷째, 읽는 시간은 무조건 만들어야 합니다.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람 많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뼈 빠지게 일하고 나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한 페이지 독서'입니다. 시작부터 거창한 사람 결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하루 한 페이지면 충분합니다.


다섯째, 내용만 이해하는 '줄거리 독서' 말고, 한 줄 한 줄 정성 들여 읽는 '문장 독서'를 권합니다. 특히,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줄거리 독서'만 가지고는 별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문장을 읽고, 그 문장을 쓴 작가의 마음까지 짚어 보는 '문장 독서'야말로 글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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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들의 책을 읽으며, 저는 아마 평생 질투하고 시샘할 것 같습니다. 허나, 그런 질투와 시샘이 제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배우고, 다시 글을 쓰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스승들을 상상합니다. 기분 좋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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