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부터 챙기기
요즘 집안 분위기가 엉망입니다. 얼마 전 아버지는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되어 건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참 다행이지요. 많은 분들 응원와 위로 덕분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몸에 무리가 있어서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늘 밖으로 다니시던 아버지께서 집안에만 콕 박혀 계시니 답답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 답답함이 자꾸만 짜증으로 표출되는 겁니다.
아버지께서 짜증을 내니까 어머니 마음이 또한 편할 리 없겠지요. 어머니도 연세가 있으니까 마냥 참지는 못하시고, 두 분 계속 티격태격 다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마음이 불편하니까 며느리인 아내도 당연히 편치 않습니다. 아버지 입맛에 맞추고 어머니 비위 맞추느라 하루가 고행입니다. 아내가 무슨 부처님도 아니고,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아들은 이번에 수능 시험을 쳤습니다. 며칠 있으면 성적이 나오고, 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결판이 날 판이지요. 기다림은 언제나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조마조마한 심정을 갖게 합니다. 그런 아들 옆에서 시부모 비위 맞춰야 하니 아내도 짜증이 날 터입니다.
이렇게 저를 제외한 네 사람이 종일 각자의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고 있으니 집안 분위기가 좋을 리 없겠지요.
살다 보면 집안 분위기가 어두울 때가 있습니다. 가장의 사업이 휘청거릴 때도 그렇고, 돈 문제에 부딪힐 때도 그렇습니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 일으킬 때도 불편하고, 몸이 아픈 사람 있어도 괴롭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편안한 마음 가질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나름의 방법으로 크게 힘들지 않게 지냅니다.
첫째, 오직 나만 생각합니다. 자칫 못되게 들리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가 아닌 사람의 마음은 내가 어쩌지 못하거든요. 가족이 짜증을 낸다고 해서 거기에 휘둘리면 나도 짜증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내 삶에만 집중합니다. 옆에서 누가 뭐라든 내 할 일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상대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자꾸만 웃습니다. 미친놈처럼 실실 웃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큰 소리로 웃을 때도 많습니다. 도저히 웃을 분위기가 아닌데도 그냥 웃습니다. 자꾸 웃으면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웃지 말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배꼽 잡고 웃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웃습니다.
셋째, 결국은 지나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일도 지나가고 아픈 일도 지나갑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제 인생,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까. 그런 시간도 다 지나갔는데, 고작 집안 분위기 어두운 정도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다 지나고 나면 상처만 남을 겁니다. 이왕이면 좋은 마음 갖고 때를 기다린다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 편안해집니다.
집안 분위기 어두워도 제 할 일 다 했습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강의도 합니다. 가족 때문에 무엇을 하지 못했다...... 저는 그런 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할 일은 다 합니다. 제 삶을 제대로 지켜내야 가족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제 할 일에 집중하고 있으니, 저를 바라보는 가족이 오히려 미안해 하더군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건강 회복되면 나들이 다니실 수 있을 테고요. 그런 아버지 맛난 간식 어머니께서 또 정성껏 준비할 테지요.
당신들의 비위 맞추느라 고생한 며느리, 아마 두 분이 잘 챙겨주실 겁니다. 속상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남편인 제가 또 해주어야 하겠지요.
아들 입시 시험의 결과를 기다립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진심 다해 축하해 줄 겁니다. 인생 최초의 성공이니까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저는 온마음 다해 축하해 줄 겁니다. 난생 처음 실패니까요.
가족도 외부 사건입니다. 환경입니다. 조건입니다. 상황입니다. 이런 것들은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불행입니다. 불행은 결국 내 안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바라는 대로 되면 좋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사는 게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저 있는 그대로, 주어지는 대로, 내 안에서 좋은 마음 일어날 수 있도록 내면에 신경을 쓰는 것이지요. 이 방법이야말로 매 순간 마음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길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한파주의보가 계속 뜨네요. 겨울입니다. 찬바람 부는 걸 어쩌겠습니까.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기. 무엇보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냉철하게 분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일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