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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시간의 힘

멈춤, 고요, 그리고 내면

by 글장이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혼자'입니다. 존재론적 선택은 '홀로'입니다. 혼자는 외로움이고, 홀로는 고독입니다. 외로움은 상대적이지만 고독은 절대적입니다. '혼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홀로'는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집에 혼자 있을 때 꼭 TV를 켜 두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정적을 견디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요. 그래서 친구들을 집에 불러와 함께 놀았습니다.


어쩌다가 불러올 친구가 없는 날이면, 동네 만화방에 가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탔지요. 그 시절에는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말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고 재미없어서, 늘 친구를 찾아 다녔던 것이지요.


글 쓰고 난 후부터 홀로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홀로 있지만 함께 있습니다. 나와 함께입니다. 과거의 나와 추억하고, 지금의 나와 대화하고, 미래의 나와 소통합니다.


"내 자신과 대화한다."


뭐 이런 말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늘 독자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꽤 오래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쓰는 대부분의 글이 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굳이 각오나 결심 따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화 자체가 힘이 되었습니다.


화가 나고 속상한 일 생겼을 때 글을 쓰면, 내 자신이 안타깝고 안쓰러워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일 생겼을 때 글을 쓰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기분 좋고 행복할 때 글을 쓰면 두 배로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작가와 강연가로 살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글쓰기의 가치와 효과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힘듭니다. 언제쯤이나 이 심장 떨리는 행위를 속 시원하게 전할 수 있을까요.


독서 또한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책 읽는 시간이야말로 고독을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 상하는 일 생깁니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 비롯됩니까? 글 쓰거나 책 읽다가 화 났다는 말 들어본 적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에서 비롯되는 폐해입니다.


사람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화살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되고 사랑해야 할 인간 관계가 시기와 질투와 경쟁으로 기울기 때문이지요.


악감정의 대부분이 사람 때문에 일어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발생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요. 하지만 우리는 자꾸만 '내 뜻대로' 상대방을 해석하고 움직이려 합니다. 실망과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홀로 있는 시간입니다. 첫째, SNS를 잠시라도 차단해야 합니다. 둘째, 어제 오늘 일어났던 사람과의 관계를 잠시 잊어야 합니다. 셋째,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음악을 듣든 뭐라도 '다른' 행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 편의 글을 우직하게 쓰기 힘들다는 사람.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기 힘들다는 사람. 그들의 공통점은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성장은 멈춤과 고요와 내면에서 비롯됩니다. 멈추어야만 생각이 가능합니다. 고요해야만 자기 안으로 침잠할 수 있습니다. 타인을 향한 손가락질 그만두고 자신의 삶을 짚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본인의 블로그에 '좋아요' 몇 개나 있었나요? 오늘,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몇 번이나 눌러졌습니까?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개 하트가 찍혔을 테지요. 당장 마음을 터놓을 만한 친구는 몇 명이나 떠오릅니까? 수십 수백 수천 명 되나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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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인생은 중요치 않습니다.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묵직함이 가슴을 채워야 합니다. '잘 보였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말고, '잘 살았다' 스스로 자부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사는 거겠지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서는 홀로 있는 시간을 기꺼이 선택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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