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나, 소중한 내 감정
기어이 감옥이라는 곳에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날. 그날 밤에 저는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얼마나 씹었는지 모릅니다. 현실을 부정했지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극한의 위기에 처하니까 제가 잘못한 점은 생각도 나지 않고 잘한 것들만 떠오르더군요.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편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등을 돌린 것 같았지요.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망치 한 번 잡아본 적도 없던 제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삽질을 하고 있으니 서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입술을 물었습니다. 눈물이 터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창립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뒤통수 맞는 일도 잦았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요. 자료 도용은 물론이고, 뒤에서 험담을 일삼거나 악성 댓글을 남기는 자들도 숱했습니다. 열심히 한 번 살아 보려고 하는데 왜들 이렇게 발목을 못잡아 안달인지, 서럽고 슬펐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참전 용사가 집으로 돌아와 어린 딸을 만나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렸습니다.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감옥에 갔던 제 모습이 겹쳐져 짐승처럼 꺽꺽거렸지요.
실컷 울고 나서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려 보니 좀 웃기더군요. 그 모진 세월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유튜브 영상 하나에 이토록 눈물 바다가 되다니 말이죠.
그런데, 책상 앞에 앉아 펑펑 울고 난 직후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나 속이 시원하고 가벼운 지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가슴 속에 박혀 있던 가시를 통째로 빼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어깨 위에 올려져 있던 세상살이 짐을 몽땅 내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눈물은 곧 약함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울면 그대로 무너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안간힘을 쓰면서 눈물을 참았지요. 그것이 버티는 삶의 기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릅니다. 눈물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중 하나입니다. 슬플 때만 우는 게 아니지요. 기쁠 때도, 서러울 때도, 무서울 때도, 웃길 때도, 감동을 받을 때도, 외로울 때도,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도...... 눈물은 어떠한 경우이든 극한의 감정에 치다를 때 흘러나오는 내면의 현상입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사연을 갖고 이야기 나눕니다. 특히, 과거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은 말보다 눈물부터 꺼내곤 하지요. 예전 같았으면 그 정도 일 가지고 뭘 우냐고 핀잔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컷 울라고 말해줍니다. 다 울고 나서 천천히 말하라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동안 이미 절반은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실컷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지 말고, 안간힘 쓰지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법이지요. 아무한테나 마구 화를 내는 정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혼자 눈물 흘리는 게 뭐 그리 흉이겠습니까.
실컷 울고, 그렇게 눈물 흘린 자신을 안아주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위해주지 않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는 남자를 보고 바보 같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했는데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바보라면, 기꺼이 바보가 되어야 하겠지요. 가면 쓰고 억지로 살지 말고, 가볍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