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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가 넘어지면

탑을 쌓는 마음으로

by 글장이


발목을 살짝 삐긋할 수도 있고, 무릎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꾹 참고 계속 달리지만, 돌에 걸려 앞으로 팍 넘어지면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지요. 목적지를 향해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달리고 싶고 달려야 하지만, 이렇게 멈춰 주저앉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집니다.


글을 쓸 때마다 위와 똑같은 현상을 겪습니다.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시작합니다.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라 흥분할 때도 있고요. 내 글이, 내 책이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호기롭게 시작하는 것이죠.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합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고,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싶은 때도 많습니다. 계속 벽을 만나고 발목을 삐긋하고 무릎에 통증이 생기고...... 그러다가 결국은 팍 고꾸라지고 말지요.


머릿속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제게 멈추라고 합니다. 할 만큼 했으니, 애 많이 썼으니, 그 노력 다 알아줄 테니, 이제 그만 멈추어도 된다고 말이죠. 선한 마음으로 전해주는 말이란 걸 알기 때문에 감사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저는 계속 가고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경험했거든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그 끝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를 악물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합니다. 안간힘을 쓰며 다시 일어섭니다.


이럴 때 제가 선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달리다가 넘어지면 걸으면 됩니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되고, 잠시 쉬었다 가도 됩니다. 그러나, 결코 멈춰서는 안 됩니다.


글쓰기는 달리기와 닮았습니다. 첫째, 별 일 다 생깁니다. 둘째, 힘듭니다. 셋째,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넷째, 혼자 해내야 합니다. 다섯째, 결국은 끝을 만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인생 모든 일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온갖 벽을 만나곤 하지요.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면 결국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고요.


컨디션 좋고 잘 나갈 때는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습니다. 마냥 좋으니까 멈추지 않을 테지요. 힘들고 어려울 때야말로 각성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멈출 수 있거든요. 멈춰 서서 생각을 깊이 할 수 있고 주변 세상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넘어지기 때문에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은, 그들이 참으로 꾸준하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도 대단해 보이지만, 도저히 계속할 수 없을 거라고 보여지는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실로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반대로, 뭘 하겠다고 큰소리 쳐놓고도 불과 얼마 되지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들은 '잘 그만둡니다.' 재미없다고 그만두고, 힘들다고 그만두고, 생각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포기합니다.


그만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같은 단어 두 개가 깃들어 있습니다. '빨리', '쉽게' 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가 속도전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무슨 일이든 어렵게 하기보다는 쉽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칙과 룰을 어길 수는 없는 법이지요. 안 되는 걸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과정에 있습니다. 산 정상에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산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올라가는 모든 순간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법이지요.


이 말이 자칫 공자님 말씀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겪은 삶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실패나 사고는 언제나 서두르거나 조급해할 때 벌어졌습니다.


인생 중반 즈음에 큰 실패로 무너졌기 때문에 남은 인생은 어떻게든 탄탄하게 꾸려 가야 했지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벽돌 한 장씩 차근차근, 웬만한 비바람에 무너지지 않을 인생의 탑을 쌓겠다고 말이죠. 그 과정에서 '빨리'와 '쉽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십 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그런 건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의욕에 넘쳐 신나게 쓴 적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날에는 쓰기 싫고 힘들고 짜증나고 부담스러웠지요. 부푼 꿈을 안고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저는 매번 발목을 삐긋하고 넘어졌던 겁니다.


달리다가 넘어지면 걸으면 됩니다. 걷다가 힘들면 조금 쉬면 되고요.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 자체만으로 견딜 만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중요한 문제라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고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면 괜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중요한 문제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붙잡고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그리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무엇을 더 많이 해야 하는지. '급하다'는 말은 언제나 듣기에 거북한 면이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늘 한결 같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사람이 어떻게 그리 딱 짜여져서 사느냐 하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렇게 한 걸음씩 걸어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려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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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립니다. 힘도 많이 듭니다. 네, 맞습니다. 답답할 때도 많고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빨리, 쉽게 척척 문제를 해결하고 짜잔 결과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달립니다. 매일 달립니다. 넘어지면 걷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다시 나아갑니다. 꾸준히 지속하는 힘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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