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살아 보길
12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11시 30분부터 졸리기 시작합니다. 그냥 졸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노트북 앞에서 눈을 껌뻑거립니다. 손끝에서 이상한 단어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퍼뜩 정신을 차려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습니다. 지금 쓰는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가슴에 콕 박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기어이 한 줄을 더 씁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가 있어 술술 잘 읽히는 책이 있는가하면, 석 장도 채 읽지 않았는데도 하품이 나오는 책도 있습니다. 독서가 중요하고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졸음 앞에선 장사가 없지요.
집중하고 몰입하여 성과를 척척 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특히 근심이나 걱정이 있을 때는 무슨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가 자기 사정을 얘기하고, 각자 자기 입장만 강조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오늘은 집안에 일이 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그럼 대체 누가 그 일을 해야 합니까.
아무 문제도 없고, 컨디션 빵빵하고, 걱정 근심 없고, 신경 써야 할 일도 없고, 집안도 말끔하고, 돈도 많고, 집도 차도 있고, 성격도 좋고, 장비도 완벽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예외를 인정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다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죠. 차갑고 냉정한 소리 같지만 이것이 진실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을 분명히 하는 것이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성장이나 성공 같은 말을 쓰지 말고, 그냥 그대로 살면 그뿐이지요. 아무도 노력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만족하는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러나, 더 높이 더 멀리 가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어제는 이래서 안 했고, 오늘은 이래서 못 하고, 내일은 이래서 안 할 거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했다......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다들 나름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는 뜻일 테지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더 할 수 없었는가? 과연 이것이 정말로 최선이었는가? 저는 이 질문에 확신을 갖고 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더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갖고 살지요.
아쉬움이 쌓이면 후회가 됩니다. 후회. 지독하게 해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것이 후회입니다.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의 삶에서 후회를 줄이는 것뿐입니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 걸음만 더, 5분만 더, 딱 한 번만 더 애를 써야 하는 것이죠.
인생은 만만치 않습니다. 어렵고 힘듭니다. 삶이 어렵고 힘든 이유는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낸 사람들을 보면 태연합니다.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면 핑계와 변명이 줄을 잇습니다. 할 수 없을 만한 이유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그거 다 듣고 있으면 그냥 다 때려치우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누가 제 책을 읽고 이렇게 썼더군요. "문체가 너무 강성이라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이죠. 와우! 이 정도 문체를 강성이라 한다면...... 대체 얼마나 따뜻한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부러울 지경입니다.
모진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살면 되고요. 똑바로 살지 못하고 있다면 더 차가운 말도 들어야 합니다. 삶을 통째로 잃어버렸던 시절, 그 순간에 제일 미웠던 사람들이 누구냐면 저한테 토닥토닥 해주었던 이들입니다. 왜 따끔하게 충고해주지 않았을까. 원망 가득했었지요.
자꾸만 내년을 얘기하는데요. 아직 2주나 남았습니다. 뭘 해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공부를 하면 시험 성적이 달라질 시간이고, 연애를 하면 결혼 여부가 판가름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돈도 잘 벌고 잘 나가니까 그런 소리 한다고 말이죠. 저 하루에 4시간 잡니다. 한 달에 25회 이상 강의합니다. 목이 붓고 기침이 나서 약을 더 먹고 있습니다. 강의 자료 만드는데 책상이 없어서 바닥에 앉아 허리 구부리고 작업합니다. 하루에 전화 수십 통 받습니다. 하소연, 푸념, 넑두리 전화 세 통만 받으면 기가 쪽 빨립니다.
네, 맞습니다. 돈도 잘 벌고 잘 나갑니다. 돈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잘 나가는 인생 누리기 위해 목숨 걸고 일하니까요. 저는 이제 정답을 알았습니다. 치열하게 살면 그에 대한 보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때 조금만 더 할 걸. 그 때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 이런 후회가 얼마나 기분 나쁘고 짜증나는 건지 해 본 사람은 알 겁니다. 치열한 삶을 한 번 시도해 보길 권합니다. 제가 해 보니까요. 이런 인생도 꽤 매력 있습니다. 물론, 힘들고 어렵지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반드시 주어집니다. 보람도 있습니다.
기운 없이 바닥에 뒹굴거리는 인생보다, 조금 힘들어도 신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이 낫지 않겠습니까. 모두 각자의 선택일 테지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