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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세상의 잔소리

인생, 의미, 그리고 해석

by 글장이


언제부턴가 돈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이면 전부 다 된다고 믿었지요. 돈을 많이 벌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싶었습니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이란 걸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뭔지도 몰랐고, 준비나 계획 따위도 없었습니다. 그저 돈 많이 벌겠다는 욕심 하나만 갖고 시작했으니, 망할 수밖에 없었지요.


약 3년 정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았습니다. 제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전혀 몰랐습니다. 아니, 관심조차 갖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거든요. 피하고 싶었습니다. 도망다니기 바빴습니다. 누가 대신 내 삶을 다시 복구시켜 주면 좋겠다는 망상만 하면서 세월을 낭비했습니다.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막노동을 했습니다.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가족 먹고 살 수 있었으니까요. 태어나서 그때까지 망치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등짐을 지고 벽돌을 나르며 시궁창에서 쓰레기를 주웠지요. 육체 노동을 하면서 사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저를 더욱 괴롭힌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 안주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절한 실패는 저로 하여금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멈추게 해주었습니다. 신이 저한테 내린 따끔한 벌이자 조언이었지요. 그대로 계속 두었다간 더 큰 실패와 절망을 경험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실패 덕분에 멈출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만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전부 실패 덕분입니다.


회피하고 도망다니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걸렸던 덕분입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심장이 쿵 내려앉더군요. 물론, 계속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참 다행히도 저는 술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만, 알코올에 중독된 탓에 알코올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지요.


걱정과 근심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입에서 한숨이 멎을 날 없었지요. 육체 노동을 하게 되니까, 눈앞에 펼쳐진 막중한 작업 덕분에 잡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20킬로그램 시멘트 포대를 백 개 옮기고 나면 하늘이 노랗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걱정? 근심? 그런 따위 할 힘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 과거를 아픔과 상처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깨달음이나 성장의 씨앗으로 풀이하는 사람도 있지요. 방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 하나면 됩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뿐이니까요.


사업을 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는 언제나 나의 통제력 밖에 있습니다. 살다 보면 중독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환경이나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꺼이 막노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상황을 통제하려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좌절도 하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 닥치든 마음 흔들리지 않으면 굳건하게 버티고 견딜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요. 제가 해 보니까 전혀 못할 일도 아닙니다. 맨 처음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고 힘들 뿐, 한 번만 시도하고 실천하면 그 다음부터는 꽤 수월하게 마음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저한테는 사사로운 문제들이 매 순간 닥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근심하고 무너지고 무릎 꿇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도 내 삶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지키고 살아가니까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제가 맨날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이야기를 하니까 이제는 듣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는데요. 오죽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식은땀을 비오듯 쏟아내고 있겠습니까.


저는 그 누구도 제가 겪은 참담함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짐승처럼 오열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한 걸음 나아가지 못해 주저앉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삶을 포기하려 스스로 목숨 버리길 시도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씁니다. 오래 전 저한테 돌아갈 기회가 있다면, 과거 저 자신한테 꼭 전해주고 싶거든요. 괜찮다고 말이죠. 인생, 그렇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기운 내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자기 안에 숨겨진 힘과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믿으라는 말도 함께 전해주고 싶습니다.


불가능한 꿈이란 걸 알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 중에서 과거 저와 비슷한 사람한테 대신 전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글이란 이런 겁니다. 책을 쓰는 이유는 이런 것이지요. 10년 전의 자신에게, 5년 전의 자신에게, 몇 줄이라도 글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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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혹한이고요. 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합니다. 이 추위에, 가슴마저 시린 이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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