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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

'이것'만 있으면

by 글장이


작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들이 있지요. 어떤 능력을 갖춰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능력'이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만, 아무튼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점들은 분명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문장력을 들 수 있겠지요. 문법도 알아야 하고, 구성력도 갖추면 좋겠습니다. 주제를 고르는 안목도 필요할 테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쓰는 법도 알아야 할 겁니다.


하나하나 다 적다 보면, 아마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이 공부해야 하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기가 질리고 말 겁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에는 글 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다들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걸까요?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썩 잘 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 많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10년 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궁금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10년 전에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글을 썼을까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문장도 투박하고, 문법도 많이 틀리고, 주제도 명확하지 않은 그런 글을...... 저는 매일 썼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저는 단연코 '이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제가 그랬고, 주변 많은 작가들을 봐도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문장력이나 문법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훨씬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쓰는 사람보다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쓸 확률이 높다는 뜻이지요.


젊은 시절, 호기롭게 술 싸움을 자주 벌였습니다. 누가 술을 더 많이 먹나. 누가 더 오래 취하지 않고 마시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시합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기를 쓰고 이기고 싶었지요.


술 시합의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냥 마시는 놈보다 독한놈이 이깁니다. 독한놈보다 미친놈이 이깁니다. 미친놈을 이기는 압도적 승자는, 좋아서 마시는 놈입니다. 술 좋아서 마시는 놈은 이길 재간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좋아서 즐기는 사람한테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승부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으니까 계속 마시고, 계속 일하고, 계속 공부하고, 계속 게임합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그저 매일 그 일을 하는 것이죠.


글도 이렇게 써야 합니다. 좋아서 쓰는 사람한테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기준 따위가 그들에겐 필요없습니다. 타인의 평가나 출판계약 따위도 그들에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은 글 쓰는 게 좋아서 계속 쓸 테니까 말이죠.


자이언트에 오시는 분들도 다들 글 쓰고 싶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남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책 한 권 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 마음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방법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우선, 글을 쓰는 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 일인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시간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고요. 끝으로, 매일 글을 쓰면서 '글쓰기' 자체와 친해져야 합니다.


사람도 자주 보면 친해집니다. 글도 똑같습니다. 자주 쓰면 익숙해집니다. 어떤 목적을 갖고 쓰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글쓰기 자체를 좋아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일단 좋아지면,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찾게 됩니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습작도 해 봅니다. '글쓰기'라는 걸 자신의 인생 속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 한 권 겨우 내고 난 후에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책을 몇 권씩이나 냈는데도 글쓰기 실력이 전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요.


남들 다 쓰니까 나도 써야겠다, 인생 역전을 위해 써야겠다, 유명해지기 위해 써야겠다...... 이런 이유는 상상만 해도 부담스럽고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그냥 좋아서 쓰는 사람의 실력 향상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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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출간계약이나 출간 같은 '결실' 말고, 그냥 편하게 오늘 쓴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상을 그려 봅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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