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
제가 어렸을 적에는 도어락이 현대화 되기 전이었습니다. 주택에 살았는데요. 대문도 단순 잠금방식이었고, 현관문도 딸깍 잠그는 단추가 전부였습니다. 매번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제가 열쇠를 분실하면 꼼짝없이 밖에서 두 분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잘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어린 저는 열쇠를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신나게 놀다가 집에 오면 열쇠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땅바닥에 앉아 울곤 했지요. 이런 저를 그냥 두고 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대문 앞에다 열쇠집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습니다. 공중전화가 흔하던 시절이라,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마다 전화를 해서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보다 열쇠집 아저씨가 대문을 여는 과정이 더 흥미로왔습니다. 안에서 잠긴 문을 밖에서 여는 기술은 그야말로 '맥가이버'였지요. 더욱 신기했던 것은, 열쇠집 아저씨가 문을 열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자물쇠 따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 문을 열지 못한다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어떤 자물쇠든 척척 열어 젖히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요.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던 겁니다.
열쇠집 아저씨가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여는 일이 왜 당연한 일일까요? 그것은 열쇠 아저씨가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그 업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인다면, 그 사람은 프로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제 우리 일을 얘기해 볼까요? 당신은 어떤 일을 합니까? 당신의 이름 앞에는 어떤 호칭이 붙습니까? 그 호칭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습니까? 적어도 그런 실력을 갖추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까?
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가 숙여질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 한 가지만큼은 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매 순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프로'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프로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저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강사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공부하고 연습합니다. 더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 매일 공부하고 준비합니다. 7년 전보다 나은 작가가 되었고, 나은 강사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7년 동안 지난 7년 만큼 성장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성공만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로는 어떤 사람을 일컫는 걸까요?
첫째, 프로는 핑계나 변명이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을 엽니다.
둘째, 프로는 자신의 고객을 위해 어디든 달려갑니다.
셋째, 프로는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습니다.
넷째, 프로는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당당히 요구합니다.
다섯째, 프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만약 실수했을 경우에는 뒷처리까지 책임집니다.
여섯째, 프로는 조급해 하지 않습니다. 여유가 넘치고 나름 생각이 다 있습니다.
일곱째, 프로는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여덟째, 프로는 오직 문을 여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어제 몇 개의 문을 열었는지, 앞으로 몇 개의 문을 더 열 것인가에 대한 구구절절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홉째, 프로는 반드시 마지막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는 자신의 일을 사랑합니다.
열 가지 마음으로, 열 가지 태도로 임하면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글 쓰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툴툴거리는 것은, 열쇠집 아저씨가 문 따기 어렵고 힘들다고 투덜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입 딱 다물고 글 씁니다.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집니다. 뒷말 없습니다. 핑계, 변명도 없습니다. 그것이 프로 작가의 태도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