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
사소한 일로 불평 불만이 생길 경우, 저는 언제나 과거를 돌이켜 봅니다. 오직 죽음만을 생각했던 그 시절...... 불과 1~2분만에 저는 정신을 번쩍 차립니다. 대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이 불행이란 말인가! 그때와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풍요와 행복입니다. 순식간에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집니다.
열차를 타고 전국 각지를 다닙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녹초가 되지요. 잠시 눈을 붙일까 싶을 때, 저는 과거를 떠올립니다. 하루 열 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하면서 일당 9만원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날들. 피곤? 과연 무엇이 피곤일까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괜한 게으름이 피어날 땐 객실 밖 통로로 나가서 잠을 깹니다. 그러고나서 다시 자리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키보드와 노트북을 손으로 만집니다. 쓰다듬는 것이죠. 감옥에서 방바닥에 몸을 숙인 채 피가 거꾸로 도는 상태에서도 글을 썼습니다. 지금 이렇게 멋진 노트북과 키보드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나 다름없습니다.
과거의 실패나 아픔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자극을 받거나 뭔가 배울 수 있다면 그보다 지혜로운 인생은 없습니다.
과거는 내가 살아온 흔적입니다. 좋은 책에서도 삶을 배울 수 있지만, 자신이 살아온 흔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과거에는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성공, 실패, 시련, 고통, 상처, 배신, 서러움, 좌절, 용기, 도전...... 인생에서 다루는 모든 단어가 우리 모두의 과거 속에 남아 있지요.
과거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 생기면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 참고하고, 기쁘고 행복한 일 생기면 과거에 기고만장했던 기억을 떠올려 자중합니다. 과거는 더 나은 지금과 미래를 만드는 소중한 씨앗입니다.
많은 사람이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합니다. 수십 년 살아온 인생입니다. 그 안에 대체 무엇이 없을까요? 문제는, 과거를 돌아보는 힘이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생각을 해야 하거든요. 잘 생각나지 않는 과거를 떠올리려면 애를 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고 피곤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 순간 툭 치면 기억이 떠오르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의 과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당장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삶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가집니다. 남들 인생 엿보며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살아낸 삶에 긍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곧 자존감이지요.
무조건 별 것 없다고 여길 게 아니라 하나하나 돌이켜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서 무얼 했고, 그때 누굴 만났으며,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살았는가...... 그 모든 이야기가 나의 삶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해야만 하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소중한 내 인생입니다.
제가 출간한 《강안독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그 책에서 독서 단계 중 '투영'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에만 몰입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대입시켜 보자는 개념입니다. 정약용의 유배 생활에 저의 감옥 생활을 대입했고요. 토니 라빈스의 극적인 변화에는 제 삶을 통째로 대입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켜 각색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깨달음과 좋은 글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 속에 모든 배움과 가치가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테고, 똑같은 좌절과 절망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말이죠.
시행착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전하고 실행하면서 빚게 되는 모든 실수와 실패를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법이지요. 그래서 실패는 없는 겁니다. 경험과 배움과 성장의 발판 뿐입니다.
잘 살아왔다는 말 자주 씁니다. 전과자 파산자가 잘 살아왔다고 말하면 다들 의아해 합니다. 그 시절에 잘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시절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니 과거라는 것이 내 삶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모든 경험이 지금의 삶에 보탬이 된다면, 그게 잘 살아온 것이지 뭐겠습니까.
과거 속에 다 있습니다. 세상 좋은 말 찾아 헤매지 말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