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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의 질문

우리 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by 글장이

"작가님은 언제부터 이 활동을 하셨어요?"

"작가님은 어묵이 왜 좋아요?"

"출판사 대표님이세요? 그럼 책 공장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한 여자 아이의 질문입니다.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낯선 어른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아들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여자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습니다. 막연하게 딸 하나 갖고 싶다 바라며 살았을 뿐이죠. 딸을 가진 부모를 만나 제가 부럽다고 말하면, 대부분 한숨을 푹 내쉬며 한 번 키워 보라고 합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 키우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분명 딸 키우는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였다면, 아마 계속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제가 묻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끝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 아들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궁금한 게 있을 때 서슴지 않고 질문을 하는 그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질문 자체가 또렷하고 핵심을 찌를 것 또한 매력적이었고요. 참 예뻤습니다. 그 친구와 오래도록 마주앉아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감성이 예민할 때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겠지요. 엄마 아빠 말도 잘 듣지 않을 테고,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테고, 이런저런 방황도 하게 될 겁니다. 감당하기 벅찰 때도 분명히 있을 테지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우리도 다 겪으며 자랐습니다.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히 거쳐야 할 시간이란 뜻이지요.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타면, 가끔 똘망하고 예쁜 여자 아이들을 만납니다. 천사 같습니다. 아이고 예뻐라 하며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요즘은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고 주변에서 정색을 하고 말리더군요.


볼이라도 한 번 꼬집었다간 성추행범으로 고발을 당할 판입니다. 워낙 험한 세상이라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쩌다가 세상이 이 모양이 되었나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의 이름은 윤경입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윤경이가 근사한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 확신합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도 만날 겁니다. 시련과 고통도 경험할 테고, 사랑도 이별도 겪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굳건하게 가지고, 눈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작가님!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 맞지요?"

화면 캡처 2023-01-07 061233.png

공저 프로젝트 출간계약을 마치고 대구로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글을 씁니다.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객실이 가득 차 있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든 승객도 있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도 있고, 옆에 앉은 연인과 영화 찍는 커플도 있네요.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합니다. 우리 모두는 순수하고 예뻤던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음 힘들고 괴로울 때, 내게도 그런 예쁜 마음과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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