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쓰고 난 후에 다시 읽어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고, 내가 썼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사람 있다면, 심각합니다. 오만입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책을 읽었지만, 자신이 글을 잘 쓴다고 말하는 작가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김 훈 작가도 스스로 부족하다 말했고, 박경리 선생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했었지요.
위대한 작가들이 자신의 글솜씨를 낮게 표현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실력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눈을 가진 것이죠. 진정한 겸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괴롭습니다. 갑갑합니다. 내 안에 깃든 이야기가 이 정도밖에 나올 수 없는가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초보 작가가 글을 한 번 쓰고 나면 두 번 읽지 않습니다. 퇴고를 위해서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지요.
초고를 완성한 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쓴 글을 수차례 정독하는 것입니다. 평소 책 읽는 습관이 잡혀 있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 어렵습니다.
은유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야 하는 행위를 '형벌'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10년간 매일 글을 쓰고 읽다 보니, 그 표현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이 차라리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형벌'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첫째, 피하지 말고 마주해야 합니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은 누구나 회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 생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 합니다. 한 판 붙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들면, 피하고 도망다닐 때보다 해결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둘째, 미루지 말고 선수를 쳐야 합니다. 다들 경험 있을 겁니다. 미루면 더 힘듭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입니다. 시간이 되면 하겠다가 아니라,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해야 합니다.
셋째, 끌려가지 말고 주도해야 합니다.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한다는 생각을 없애야 합니다. 모든 성취와 성공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만 가질 수 있는 월계관입니다. 인생 자체가 그렇습니다. 쉽고 만만한 일 없지요. 이왕이면 내가 주인이 되는 게 낫습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주도하는 태도!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형벌을 집행하는 것이죠.
자신의 글을 조금이라도 보기 좋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리와 정돈입니다. 문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락을 구분짓고 구성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지금 당장 가능합니다.
A4 용지 1.5매 분량을 크게 4~5개 덩어리로 나눕니다. 문단이라고도 하고 단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큰 주제를 정한 후, 각 문단에 들어갈 소주제를 메모합니다. 1.5매짜리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짧은 문단 하나를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이렇게 쓴 문단을 이어붙이면 한 편의 글이 되지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4~5개 문단 구분이 선명하면 독자가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적어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가 의도는 알 수 있기 때문에, 횡설수설은 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쓰는 습관입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보니 참 가관이더라 하는 사람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해서 글이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실망하고 좌절해서 펜을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선택이겠지요. 노력하면 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포기하여 패배자가 될 이유는 없습니다. 형벌? 진짜 형벌 받아 본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아무것도 아닙니다. 까짓것 한 대 맞고 올라갑시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