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

오늘, 감동할 수 있다면

by 글장이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더니 곁에 있던 사람이 그런 말 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베란다 창을 열 때마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우울증 걸릴 것 같다고 하네요.


잠시 상상을 해 봤더니, 그 사람의 말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다. 한두 번이야 우와 하고 감탄을 자아내겠지만, 허구헌 날 바다를 보게 되면 익숙해지고 말겠지요.


대구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물을 만나면 시선을 빼앗깁니다.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매일 바다를 본 탓에 바다가 익숙해져 버렸다는 그 사람의 말처럼, 어쩌면 저는 늘 산과 마주하고 있어서 산에 무감각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가방.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이 물건들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모두 4단계를 거친다는 점이죠.


갖고 싶어 환장한다,

구입한다,

애지중지한다,

대수롭지 않다.


손에 넣기 전까지는 수시로 떠올리며 온생각을 그 물건에 빼앗기지만, 막상 내 손에 들어오면 얼마 못 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사람들은 제가 가진 것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저는 다른 뭔가를 갖기 위해 혈안이 되고, 저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또 다른 것들을 갈구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는 잃은 돈의 다섯 배를 따면 도박판을 떠나겠다고 평경장에게 약속합니다. 큰 돈을 땄지만,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평경장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정마담과 화려한 도박인생을 시작하지요.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저 돈이면 남은 인생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더 큰 판에 끼어들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삶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대체 무엇 때문에 아직도 목말라 하는 것인가.


눈과 귀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며칠간 하늘의 색이 가을보다 더 푸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색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지요.


산에 가서 나무를 안아 보면 종류마다 그 감촉과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 숨소리가 들립니다.


신발은, 종일 고생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거실에는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합니다. 현관에서 쉬어야 하고, 현관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신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억울하고 분한 일이지요.


같은 책을 열 번 읽으면 열 개의 문장을 품게 됩니다. 지난 번에 읽을 때는 왜 보지 못했을까 싶은 보석을 찾는 재미에 설레는 마음으로 재독하게 되는 것이지요.


바다 앞에 살면서도 바다의 아름다움을 매일 느낄 수 있다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살면서도 매 순간 산을 경외할 수 있다면.


늘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면.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 사물과 세상에 감동할 수 있다면.


더 잘 볼 수 있고, 더 잘 들을 수 있다면.


세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이 무뎌질 뿐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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