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살 만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가치로 책을 쓰세요!"
6년, 한결 같았다. 나는 똑같은 말을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그래, 나도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써야겠어!"
"아, 진짜 재수없네! 돕기는 뭘 도와!"
팩트는 무엇인가? 과연 나는 동기를 부여한 것인가 아니면 재수없는 말을 날린 것인가.
비를 좋아한다. 사연이 있다. 오래 전, 채권자들한테 쫓겨 다닐 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독촉이 줄었다. 숨 쉴 만했다. 그 후로 흐린 날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도 비만 내리면 그 때가 아득하다.
아들은 비를 싫어한다. 옷 젓는 것도 싫고 우산 들고 다니는 것도 싫고 운동화에 물 드는 것도 싫단다.
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끔찍해하는 사람도 있다. 바람 불면, 웃는 사람 있고 짜증내는 사람 있다. 날씨마다 계절마다, 사람에 따라 취향 다르다.
이 모든 걸 '해석'이라고 한다. 같은 말을 해도 달리 해석하고, 똑같은 날씨라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말 때문도 아니고 날씨 때문도 아니다. 해석 탓이다.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사람마다 달리 해석한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사람 있고 싫어하는 사람 있게 마련이다.
사건, 사람, 환경, 인간관계...... 모두 아무 문제 없다. 오직 해석만이 삶을 좌우한다. 어떻게 해석하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감옥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전과자'라고만 해석했을 때에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전과자라는 말을 '죄값을 치른 사람'이라고 해석한 후부터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파산했다는 사실을 '모든 걸 다 잃었다'라고 해석했을 때에는 좌절과 절망 뿐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라고 해석한 후부터 비로소 두려움이 사라졌다.
전과자 파산자가 글 쓰고 책 내는 데 '자격이 없다'라고 해석했을 때에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나 같은 사람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해석한 후, 지금까지 여섯 권의 책을 내고 471호 작가를 배출할 수 있었다.
아들은 고3이다. 연말이면 입시 당락이 결정된다. 붙으면 멋진 성공 경험으로 해석할 터다. 떨어지면, 훌륭한 실패 경험과 교훈과 다시 일어서는 노력으로 해석할 테지.
내게 일어나는 사건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결과는 늘 미지수. 좋은 일 생기면 좋아하고 나쁜 일 생기면 좌절하고. 인생에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사건과 환경에 좌우되면 세상에 휘둘리는 인생을 살게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 답답하다. 입가에 상처가 났다. 가릴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