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걸음
책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 40꼭지 이상 분량을 채워야 합니다. 원고지로 환산하면 약 800~1,000매 정도 됩니다. 글쓰기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결코 만만한 양이 아닙니다. 기성 작가들에게도 부담되는 분량이지요.
책 한 권 쓰겠다는 결심을 품고 시작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이 바로 분량에 대한 압박입니다. 하루이틀 정도는 어떻게든 쓸 수 있지만, 앞으로 써야 할 양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압도당하는 것이죠. 오늘 조금 썼다고 해서 무슨 표시가 나거나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A4용지 90매 이상 글을 쓸 때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요.
이와 같은 이유로, 책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제목과 목차를 뽑는 기획 단계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이상적인 집필 방법은 하루 한 꼭지입니다. A4용지 1.5매 정도의 분량입니다. 매일 한 꼭지씩 쓰면 40일만에 초고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퇴고를 진행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꼭지를 쓸 수 있다면, 가장 짧은 시간에 첫 번째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다른 일상이 있는 사람이 하루 한 꼭지를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글래서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하루 한 꼭지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매일 절반만 써도 됩니다. A4용지 약 3분의 2 정도 분량입니다.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써도 결코 많은 양이 아닙니다. 이 정도는 매일 해낼 수 있어야 책 쓸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줄이라도, 하루 세 줄이라도 쓰라고 강의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습관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강조하는 내용일 뿐입니다. 극히 적은 분량만 쓰면, 시간이 흐를수록 진이 빠지고 맥이 풀려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적어도 반 꼭지 정도는 매일 쓰겠다 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글부터 씁니다. 다 쓰고 나면 책 읽습니다. 독서노트 작성하고, 블로그 포스팅 발행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리허설을 하고, 수강생 원고를 검토하고, 전화 상담을 하고, 행사도 챙기고, 일기도 쓰고, 서평도 쓰고, 운동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매일 반복하는 하루의 루틴이자 리추얼입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매일 반복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 많습니다. 재수없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한 번도 "그 많은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7년째 계속 하고 있는 거겠지요.
한 번에 하나씩만 하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종일 해야 할 일들을 한꺼번에 생각하면 머리가 터지고 말 겁니다. 부담스럽겠지요. 아마 한숨만 계속 쉬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불리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일단 글부터 씁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글 쓰는 시간이니까, 글에만 집중합니다. 스마트폰도 아예 보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 책을 읽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책에만 빠져듭니다. 블로그 포스팅 작성할 때도 똑같습니다. 옆에서 누가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습니다.
양말 신을 때도 한 쪽씩, 신발 신을 때도 한 쪽씩 발을 넣습니다. 손톱을 깎을 때도 손가락 하나씩 깎지요. 밥 먹을 때도 한 숟가락씩 입에 넣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한 걸음씩,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자음 모음 하나씩 칩니다.
이 세상에 한꺼번에 몽땅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해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 또 인간의 뇌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밖에 처리할 수 없는 존재가 여러 개의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죠.
책 쓰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씁니다. 다른 방법 없습니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 문단 하나, 꼭지 하나, 챕터 하나, 책 한 권. 다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서 할뿐입니다.
문제는 생각입니다. 오늘, 지금 한 줄을 쓰고 다음 줄을 쓰는 것이 최선인데요. 생각은 벌써 교보문고 사인회에 가 있으니 조급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지요. 빨리 성과를 내고 싶고, 빨리 보상을 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탓에 하루하루 조금씩 뭔가 해내는 단계별 성취를 견뎌내기 힘든 겁니다.
매일 조금씩 쌓아올린 탑의 견고함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인생의 끝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일을 빨리 끝내라는 뜻이 아니라, 결과에 상관없이 주어진 날들의 소중함을 알고 느끼라는 의미입니다.
책이라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오늘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고 충만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다 끝냈다!"는 말은 한 번만 외칠 수 있지만, "오늘도 해냈다!"는 말은 매일 외칠 수 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조급하게 서둘러 성과 냈다는 말 들어 본 적 없습니다. SNS에서 올라오는 모든 "빨리"는 전부 돈벌이 목적의 광고일 뿐입니다. 뻔히 보이는 광고빨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 과연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일까요?
지금 세상에 가장 중요한 오직 하나의 키워드는 "끈기"입니다.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뭐가 됐든 매일 꾸준히 실행하고 반복하는 사람이 무조건 이깁니다. 지금은 그런 세상입니다. 새로운 것이 매일 쏟아지고 있어서 눈과 귀가 현혹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하면서 정신없이 쫓기듯 살아갑니다.
중심 딱 잡고 한 가지 일에 우직하게 매진해야 합니다. 매일 글을 쓴 것은 만 10년이 되었고, 글쓰기/책쓰기 강의한 지는 7년 넘었습니다. 숱한 유혹과 비즈니스 기회를 마다하고 오직 한길만 팠지요. 여러가지 다 하겠다고 덤빈 사람들보다 제가 훨씬 더 많이 성장했고 인생도 탄탄하게 지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저를 보고 속도 느리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저한테 돈도 안 되는 일을 매일 하냐고 묻지 않습니다. 누구도 저한테 매일 글 쓰고 책 읽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지 않습니다. 전부 싹 다 이뤘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하고 작은 일을 매일 반복하면, 어느 날 갑자기 열매가 하늘을 가릴 듯 열립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한 번에 하나씩 하십시오. 잘하는 일이 있습니까? 매일 조금씩 하십시오. 이루고 싶은 모든 꿈과 목표를 세분화하고, 양말 한 쪽씩 순서대로 신으면 됩니다. 한 번에 하나씩! 전부 다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