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과 리추얼
직장생활 10년쯤 했습니다. 신입일 때는 지방에 위치한 지점에 다녔고, 일 년 후부터 서울 본사로 출근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했고, 깜깜한 밤중에 퇴근했습니다. 일도 많았고, 회식도 잦았고, 야근과 특근 거의 매일 했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던 적은 없습니다.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혼난 적도 있고, 제법 성과를 내서 인정받은 적도 많습니다. 결과야 어떻든 끝까지 해내긴 다 해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그 많고 어려운 업무를 모두 다 끝까지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직장이었으니까요. 월급 받고 다니는 회사였으니까요. 하지 않으면 혼이 나고, 거듭되면 회사에서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도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전부 다 회사에 출근해서 매일 일정 분량을 글을 쓰고 월급을 받는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만약 그렇게 되면 쓰지 못하겠다 말하는 사람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쓰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남녀노소 불구하고 글만 쓰면 월급을 준다니! 평소에 글쓰기 관심 없던 사람들도 그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겁니다.
말을 바꿔 보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쓰기 힘들다 불평하고 하소연하는 이유는, 써야만 하는 이유와 상황과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절실한 이유와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글을 쓸 겁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글 쓰기가 귀찮고 힘들다면, 출근하는 게 어떨까요? 회사에 출근하듯이, 집안 어딘가 사무실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겁니다. 실제로 사무실 집기를 마련하라는 게 아니고요. 그냥 마음 속으로 여기가 사무실이다 생각하는 것이지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글을 쓰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합니다.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습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루틴이 되고 리추얼이 될 테지요. 다소간의 강박이나 압박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서서 대충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더 나은 인생 위해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식한 정신이 필요합니다.
억지로라도 밀어붙이지 않으면 글을 쓸 때마다 힘들고 어렵다 느낄 겁니다. 회사 출근해서 일하듯이 글을 쓰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분량 팍팍 늘어날 겁니다. 습관도 잡힐 테고요. 글쓰기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이 말입니다.
글 쓰는 방법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요령이나 팁도 잘 모르겠지요. 구성, 문맥, 문법, 문장력 모두 부족하고 모자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해진 분량을 매일 꾸역꾸역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은 반드시 향상되게 마련입니다.
저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매일 정해진 분량을 채웁니다. 그러니까 저는, 일기를 일기처럼 쓰는 게 아니라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과 압박을 스스로에게 적용한 겁니다. 덕분에 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책 집필할 때 한 꼭지 쓰는 것도 제법 수월해졌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 쓰기 싫은 날 극복하고 싶다면, 출근하세요! 효과 만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