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목표와 죄책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자세

by 글장이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보고서, 독서노트, 일기...... 이런 종류의 글과는 다릅니다. 한 편의 글이란, 선명한 주제를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와 사례로 근거와 논리에 맞게 서술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한글을 알고, 문자 언어로 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경험이 부족한 탓입니다.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은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주제, 소재, 구성, 메시지 등이 어떤 식으로 접목되는 지 대략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허나, 글을 써 본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원고지 12~15매 분량의 글을 하나의 주제로 일관서 있게 쓰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쉽지 않은데도, 많은 초보 작가들이 하루 한 편의 글을 쓰겠다며 목표를 세웁니다. 두 달 안에 초고를 완성하겠다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요. 10년 동안 매일 글을 썼는데도, 아직 어렵습니다. 목표를 세울 때는 현실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생각해야 합니다.


글 쓰기가 익숙지 않은 사람이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약 3~4시간 소요됩니다. 글만 쓰는 것도 아니고, 다른 본업이 있는 사람이 매일 한 편씩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 번만 제대로 써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글 쓰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말이죠.


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목표를 세우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처음부터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워 놓고, 그걸 이루지 못하면 자책하고 좌절합니다. 본인이 게으르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목표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한테 미적분 문제를 못 푼다고 혼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꾸준히 쓰면서도 목표도 달성하고, 또 책도 낼 수 있을까요?


거장들처럼 따로 시간을 내어 서재에 앉아 근사하게 집중해서 글 쓰는 것은 생각지도 말아야 합니다. 현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자신의 현실에 맞게 써야 합니다.


거실 한 쪽에 노트북 켜 둡니다. 설거지 하고 와서 한 줄 쓰고, 청소하다가 두 줄 쓰고, 아이 돌보다가 세 줄 씁니다. 회사 업무 열심히 하고 쉬는 시간에 한두 줄 쓰는 것이죠.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두 줄 쓰고, 점심 먹고 쉬면서 한 줄 씁니다.


조금씩 써서 모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얼제 한 번 날 잡아서 확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계속 벼르기만 할 뿐, 실제로 그런 시간 갖지도 못합니다. 무슨 엄청난 작품을 쓰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두 줄씩 쓰다 보면 양이 쌓일 테고, 퇴고할 때 다듬고 수정해서 정리하면 얼마든지 좋은 책 낼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세울 때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수립해야 합니다. 글 한 편도 써 본 적 없는 사람이 매일 한 편씩 쓴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지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겁니다. 자신은 글 한 편 쓰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하루 중 언제 가장 쓰기가 편한지, 도구는 어떤 걸 사용하는 게 편한지...... 어느 정도 가늠을 한 뒤에 목표를 세워야 마땅합니다.


올 해 안에 책 내겠다? 이런 말이야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 5월이니까, 아직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올 해도 이제 7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시간을 적게 잡아 3개월만 계산해도, 불과 4개월 만에 탈고까지 끝내야 한다는 결론인데요. 무리한 목표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한 번 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목표 달성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세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 놓고,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감 가지는 것은 스스로 괴롭히는 행동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세상인데, 자꾸만 자신을 못살게 구는 것이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꿈과 목표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도 필요합니다. 당장은 다 이룰 것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하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아무것도 제대로 진행하고 있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할 게 뻔합니다.


글 한 편 제대로 써 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책 출간 목표와 계획은 너무나 구체적으로 짭니다. 제가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가능성 희박한데도, 매번 반드시 해낼 거라며 주먹을 불끈 쥡니다. 들뜬 마음에 찬물 붓고 싶지는 않지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성취감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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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분명 다릅니다. 저는 글쓰기/책쓰기 강사입니다. 수강생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하려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이렇게 냉정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더 이상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속도보다는 성실함에 점수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표 달성보다는 오늘 자신의 태도에 가치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빨리 써도 내일 또 써야 하고, 아무리 글 잘 써도 내일 또 새로 써야 합니다. 조급할 것도 없고 강박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 쓸 건데 문제될 것이 뭐가 있나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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