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른 하루
매일이 지겹고 뻔하고 무료하다 느끼며 살았던 때가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요. 금요일 밤에 제일 좋았고, 일요일 밤과 월요일이 최악이었으며, 나머지 날들은 전부 별로였습니다. 휴가나 연휴 제외하고는 일 년 중에 '흥미진진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저한테는 돈이 전부였는데, 월급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낙도 없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매일 퇴사와 돈 벌 궁리만 가득했습니다. 아니, 더 제대로 표현하자면,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구체적인 전략이나 풍부한 상상력 따위 아예 없었습니다. 어제는 후회, 오늘은 불만, 내일은 불안. 이것이 그 시절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직장 그만두고 사업 하다가 크게 실패하고 쫄딱 망했습니다. 한 때는 실패 원인을 무모한 시도라고 단정지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망한 이유는 애초에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탓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일상을 보내는 방법은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똑같은 하루를 다른 관점으로 보는 습성이야말로 매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나와 내 삶을 고정된 무언가로 보는 관념이 인생을 지치고 허무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늘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렇게 했을 때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매일 읽어야 합니다. 책을 쓴 작가의 시각과 생각을 따라 '내가 아닌 눈'으로 삶을 마주하는 것이지요. 나는 늘 오른쪽에만 관심 있었지만, 책 읽으면서 왼쪽에 서 있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논리와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받아들일 땐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여러 개의 생각이 퍼즐처럼 맞춰져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 이해가 되고, 때로 공감이 되며, 때로 용서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효과는, 나와 다른 생각에 덜 예민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도 저는 누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글쓰기나 책쓰기에 관해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 만나면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 편안해질 수 있는 이유는, 결국은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될 거라는 믿음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믿음도 역시 책을 통해 익힌 것이고요.
독서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만약 누군가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도 여전히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있다면 당장 독서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관점을 다양하게 갖지 못하는 독서가 가장 어리석은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은 항상 후회를 낳게 합니다. 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던가요! 그 모든 후회가 섣부른 판단과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딱 두 번! 딱 두 번만 생각을 했더라도 많은 후회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었으니, 이제는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 어떤 것을 고를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오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신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결과를 내다 보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것이죠. 평소보다 한 번만 더 생각하는 습관 가져도 오늘은 무조건 좋아질 겁니다.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 있습니다. 뜬금없이 막 좋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실망했다고 합니다. 또 조금 있으면 그래도 좋다고 합니다. 얼마 있다고 때려치운다고 합니다. 스스로 "나 가벼운 사람이야!" 외치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행복은 누가 갖다 주는 게 아닙니다. 감정이 쉴 새 없이 파도를 치는 한 영원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차분해야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참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 조금만 시간 지나면 헛점과 흠집이 보입니다. 그러다가 최악의 인간이 됩니다. '참 좋은 사람'에서 '최악의 인간'이 되기까지 불과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최악의 인간'도 '그럭저럭 봐줄 만한 인간'으로 평가됩니다.
자신의 결점이나 약점은 생각지도 않고, 종일 다른 사람 평가하느라 시간 다 보냅니다. 신이 내려다 보면 참 웃기지도 않을 일이지요. 고만고만한 인간들끼리 서로 잘났다 못났다 얼굴 시뻘게가지고 '평가'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사람 별로 좋은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 생각 만큼 부지런한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 영 몹쓸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 형편없는 사람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사람일 뿐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함부로 하면 일상이 지겨워집니다.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딱 규정짓고 나면, 아무 특별할 게 없지요.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수많은 정체성과 특징을 매 순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오늘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꼭 하나 덧붙이자면, '좋은 사람'을 '쉬운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만큼은 절대로 갖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어렵고 불편한 사람'한테 잘합니다. '좋은 사람'은 함부로 대합니다. 말 한 마디, 표현 하나, 대충 날리면서도 그냥 넌 좋은 사람이려니 넘어가는 것이죠. 가까운 사람을 귀하게 대하면, 일상은 무조건 달라집니다.
휴일입니다. 집에서 글 쓰고 책 읽습니다. 어제와 다른 글을 쓰고, 어제와 다른 책을 읽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글을 쓸 테고, 또 다른 책을 읽을 겁니다. 어제 본 세상과 오늘 느끼는 세상과 내일 만날 세상이 다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일상이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습니다. 금요일 밤도 즐겁고 일요일 밤과 월요일도 흥미진진하고 다른 모든 요일에도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