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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다

왕의 품격

by 글장이


최신 스마트폰 구입한 지 9일 되었다. 갑자기 먹통이다. 바탕화면 아이콘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수강생들과의 소통, 메일, 검색, 전달, 공지 등등 일상 업무가 모두 마비되었다.


서비스센터는 9시에 문을 연다. 8시 40분쯤 도착했다. 이미 사람들 몇 와 있었다. 줄 섰다. 9시 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고, 얼른 들어가 열부터 재고 번호표를 뽑았다. 다행히 금방 접수되었다.


담당 기사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잠시 점검을 좀 해 봐야겠으니 십 분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대기실 소파에 앉았다. 한 시간 같은 십 분이 흘렀다.


"소프트웨어 문제입니다. 보안 프로그램 충돌이 있었네요. 이제는 잘 되실 겁니다."


당장 문제는 해결했으나, 앞으로 같은 문제가 또 있을 수 있다는 기사의 말에 발끈했다. 그럼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란 뜻인가요?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기기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기사는 열심히 설명한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핵심은 이렇다. 하드웨어 또는 기기 불량이 아니기 때문에 새 것으로 교체는 불가하며, 소프트웨어 문제이기 때문에 수리 또는 문제 해결로 조치를 끝낸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가? 그럼, 그럴 때마다 나는 서비스 센터를 찾아야 하는가? 구입한 지 열흘도 안 된 새 기기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 소비자인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담당 기사는 당황해하면서도 끝까지 침착하게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약 30분간 상담했다. 목소리 높이지 않았다. 말도 천천히 했다. 중간중간 웃으면서 분위기 좋게 만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담당 기사에게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감정 노동 하시게 했다면 대단히 죄송하며, 소비자 입장을 이해해주시라고. 일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며, 언제든 자신을 찾아달라는 인사를, 담당 기사는 명함을 건네며 내게 남겼다.


"고객은 왕이다!"

이것은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외쳐야 할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왕이다! 왕으로서의 품격과 언행을 갖춰야 한다.


왕은 제기분에 휘둘려 진상 피우지 않는다. 그건 왕이 아니라 술주정뱅이다. 왕은 대접 받기 위해 용 쓰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대접할 만큼 카리스마 품는다. 왕은 왕다워야 한다.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물건 하나가 내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다는 것.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일상 생활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해진다는 사실. 소프트웨어의 충돌이 아니라, 내 삶 자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한 가지는, 나는 과연 왕으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허리를 90도 숙여가며 환한 미소로 나의 이야기를 경청할 만큼, 내게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 있는가 질문해 본다.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게 된다. 그들의 친절과 호의를 악용하고 시건방을 떨면, 나도 언젠가 반드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고개를 땅에 처박고 비굴하게 쩔쩔매야 하는 상황 만나게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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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나를 향한 그들의 친절과 호의에 감사한 마음 새겨야 한다.


나는 수강생들한테 얼마나 친절한가? 나는 그들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머쓱해지는 아침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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