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K가 땅을 샀다. 땅값이 올랐다. 축하해주었다. 그에게 기쁜 일이었다. 내게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기쁜' 일도 아니었다. K는 기뻐했다. 그게 전부였다.
J는 두 아이를 입양했다. 큰 아이가 이번에 대학에 합격했다. 친엄마를 찾고 싶냐고 물었더니, 자신에게 엄마는 한 사람 뿐이라며 J를 꼬옥 안아주었다고 한다. 기뻤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J의 이야기였지만, 그것은 사랑이었고 감동이었으며 기쁨이었다.
내가 새 가방을 샀을 때, 사람들은 축하해주었다. 축하는 고마웠지만, 그것은 나의 기쁨이었다. 나만의 기쁨이었다. 축하해준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였다. 그 기쁨, 오래 가지 않았다.
김천 소년 보호 시설에서 내 책을 읽은 십대 남자 아이가 작가의 꿈을 가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기뻐했다. 그들과 상관없는 이야기에서, 감동과 행복과 전율이 전해져왔다.
기쁨은 두 가지다. 나만의 기쁨. 그리고 함께 하는 기쁨이다. 나만의 기쁨은 찰나에 불과하다. 함께 하는 기쁨은 오래도록 남는다.
함께 하는 기쁨은 어떤 것인가? 돕는 기쁨이다. 나누는 기쁨이다. 타인을 위하는 기쁨이다. 세상을 품는 기쁨이다. 자신의 이익만 탐하는 기쁨은 고립된다. 혼자서만 기뻐해야 한다. 겉으로 축하하는 척하는 사람만 주변에 가득할 터다. 거짓과 위선 속에 살아야 한다. 돕고 나누는 기쁨은 늘 함께 할 수 있다. 나보다 더 기뻐하고, 나보다 더 행복해하는 사람들로 주변이 가득해진다. 진실과 아름다움, 누릴 수 있다.
매달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책쓰기 수업 함께 한다. 이은대의 기쁨이 아니라 모두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탄성과 감동으로 들썩이는 수업이 되기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궁리한다.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했을 때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 기쁘고 행복하다. 철저하게 혼자서 살았었다. 나만 잘난 줄 알았고, 나만 돈 벌면 그만이었고, 나만 기쁘면 끝이라 여겼다. 인생을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딱 그만큼 살았다.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일. 돕고 나누는 삶을 추구한다. 돈 아니라도 된다. 돈 아니면 더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는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있다. 나눌 만한 가치도 있다.
내 책을 읽고 작가의 꿈을 품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열일곱 살 예비 작가를 만나기로 했다. 녀석이 기뻐하면 좋겠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