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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나누는 순간

존재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

by 글장이


김해 은혜 학교에서 특강 진행했습니다. 특수 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글 쓰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아픔이 있고, 학부모들도 상처가 있습니다. 세상 누군들 시린 마음 없겠습니까. 모두 똑같습니다. 쓰는 삶에 있어서는 조금의 차이도 없는 것이지요.


그 상처, 조금씩 나누자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 표정이 의아하다는 듯 바뀝니다. 상처를 나누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싶은 거지요. 기쁨과 행복을 나누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아픔과 상처를 나누라고 하면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많습니다.


제 삶을 크게 나누면, 상처를 품고 살았던 시절과 아픔을 나누며 산 세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품고 살았던 시절에는 인생이 마치 어두운 터널 같았지요. 아픔을 나누기 시작한 후부터 제 인생은 그 자체로 빛이 되었습니다.


자살 시도만 스무 번 가까이 했습니다. 365일 술만 퍼마셨지요. 도망 다니기 바빴고, 무조건 회피하려고만 했으며, 누가 볼까 겁이 나서 매 순간 고개를 숙이고 살았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지요.


사업에 실패하는 것까진 뭐 그렇다 치더라도, 수습하는 과정이 엉망이었거든요. 아니, 수습 자체를 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일은 다 벌려 놓고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으니 인생이 점점 시궁창으로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돈도 사람도, 심지어 가족마저도 멀어졌지요. 저한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인생 끝장났다 생각했을 무렵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천지도 모르고 그냥 끄적거린 게 전부입니다.


첫 번째 책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다 빼곡하게 적은 것이 저의 '상처와 아픔'이었습니다. 드러내기 싫은 이야기였죠. 하지만, 저의 치부를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다른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그야말로 인생 실패자인 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쓴 책이었습니다.


제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연락을 해 왔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좌절하고 있었는데, 책 읽고 다시 용기 얻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지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당장 일어나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술 끊고 글 쓰겠다는 이도 많았습니다.


저는 '상처'를 썼는데, 사람들은 '희망'을 얻었습니다. 저는 '아픔'을 적었는데, 사람들은 '용기'를 가져갔습니다. 저는 '고통'을 담았는데, 사람들은 '힘'을 건져갔습니다.


내게 주어지는 상처들은 고통이 목적이 아닙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들을 도우라는 신호지요. 힘들고 어려운 경험을 하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심정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돕기 위함입니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사업에 실패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파산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시련과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전과자이고 자살 시도 해 보았고 처절하게 망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성공만 해 본 사람은 실패한 사람 마음 절대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상처 없는 사람은 상처 입은 사람 심정 절대로 알 수가 없지요. 한 번도 이별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별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상처는, 아픔은,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을 돕고 살 수 있는 선한 무기와 같습니다.


상처를 나누라는 말은, 자신의 상처 경험을 가지고 비슷한 아픔 가진 이들을 도우라는 뜻입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 많은데요. 오늘, 지금 블로그에 글 한 편만 올려도 됩니다. 그게 시작이지요.


오늘 무엇을 했는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마음이 어땠는지. 어떻게 견뎠는지. 그래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었는지. 그저 있는 그대로 적기만 하면 됩니다.


세상 어딘가 힘든 사람들이 그 글을 읽게 될 겁니다. 그러고는 생각하겠지요.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나아가, 그 글을 읽은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 세상에 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힘을 내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테지요.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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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처를 나눠주세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상처가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고 힘이 됩니다. 우리 모두의 존재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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