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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났다 생각하니 괴롭고 힘들다

나, 지금 그대로

by 글장이


"세상에서 글을 가장 못 쓰는 작가가 되겠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저의 각오이자 다짐이었습니다. 지금도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제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성껏 쓰자는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웠습니다. 어디 물어 볼 곳도 없었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감옥이었으니까 당연했겠지요.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또 책 읽고 글 쓰고...... 이렇게 무한 반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많이 쓰면 실력이 는다고 적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특별한 경우인지 머리가 나빠서인지 아무리 많이 써도 도통 실력이 늘지가 않는 겁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내 이름으로 책도 내고 싶은데, 쓰는 글마다 형편 없이 느껴지니까 힘이 쪽 빠졌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 넘쳐나니까, 나처럼 글 못 쓰는 사람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겠지. 세상에서 가장 글을 못 쓰는 작가가 되자! 나름 개똥철학을 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쓸 때는 힘들고 어렵고 부담스럽고 짜증났습니다. '못 써도 된다!'라고 생각하고 쓰니까, 글 쓰는 게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지 딴 세상에 온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매일 글을 쓴 지 10년 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과거의 저와 비교해 보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지요. 만약 제가 시작할 무렵부터 계속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더라면, 어쩌면 저는 중도에 글쓰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도 많지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잘하면 좋지요. 하지만, 못해도 어떻습니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또 의미와 가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글 잘 쓰게 되기를 바라는 건 욕심입니다. 불가능한 일이죠. 그러니까, 시작 단계에서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우고 연습하고 매일 반복하는 행위가 실력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덤빈다고 해서 결과가 빨리 나오는 일 절대 없지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잘하기 때문에 소중한 게 아닙니다. 잘하든 못하든 '나'이기 때문에 귀한 것이지요.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성과가 좋을 때만 자신을 인정하고 결과가 시원찮을 땐 비관하고 좌절하는 사람 많습니다.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너무 높은 탓입니다. 못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선택입니다. 마음 편히 갖고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해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자꾸만 자신을 못살게 구니까 불행한 거지요.


불행이란 무엇입니까? 스스로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이 불행 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 아닐까요? 기준을 높이 세우니까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자꾸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다. 원래 내 수준이 20 정도라면, 그 수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다음 21까지 노력하고 22를 달성하면서 성취감과 가능성을 확인하면 됩니다.


실력은 20밖에 안 되는데 뭘 했다 하면 90 넘는 점수를 받고 싶어 하니까 매 순간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것이죠. 첫째, 있는 그대로의 자기 실력을 확인해야 하고요. 둘째, 그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셋째, 모든 기준을 현재의 자기 실력에 두고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며 노력해야 마땅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불행하지 않은 겁니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을 사랑하면 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지금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글 쓰는 걸 배운 적도 없고,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글을 뚝딱 잘 쓸 수가 있겠습니까. 못 쓰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럼에도 시작했다는 사실! 이것만으로 칭찬 받고 인정 받고 박수 받을 만한 자격 충분합니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발조차 떼지 못하는 사람 천지인데, 그 와중에 나는 시작했고 계속 나아갈 테니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저는 감옥에서조차 "최고다 내 인생!" 노래를 부르고 살았습니다. 미친 놈이죠.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저를 인정하지 않았을 때 저만이라도 저를 챙겨주고 아껴준 덕분에 결국 실패자의 인생 벗어나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니 조금만 실수하고 실패해도 세상 끝난 것처럼 절망하는 겁니다.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일단 이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일은 조금 나아지도록 해 보자! 마음을 이렇게 먹으면 세상 두려울 게 없습니다.


잘났다 생각하니까, 잘해야 한다 긴장하니까, 사는 게 하나도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무대에 오르면 노래를 잘 불러야만 하는 게 아닙니다. 실력껏 부르되 유쾌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기기만 하면 모두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나 자신이 행복하고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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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이 다르고 소질이 다릅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지기만 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자 승리가 아닐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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