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재미, '내 것' 만들기

소소한 동력

by 글장이


소소한 재미가 동력이 됩니다. 특히, 글쓰기처럼 막막하고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할 때는 이 재미라는 것이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재미가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거든요. 좀 힘들고 어려워도 재미가 있으면 자꾸 도전하게 되지요. 쉬운 예로, 스마트폰 게임을 들 수가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재미가 있으니 하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재미를 붙일 수가 있을까요?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저는 아직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는데도 사실 어렵고 힘든 때가 더 많거든요. 물론,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불평과 불만을 내뱉는 일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글 쓰는 것이 마냥 재미 있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재미 없는 일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내 것'을 가지는 사치로 재미를 만듭니다. 이것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도 언급된 내용인데요. 내 것을 부리는 사치가 창조적 행위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죠.


당신의 아티스트는 아직 어린아이이고, 어린아이들은 '내 것'을 좋아한다. 내 의자, 내 책, 내 쿠션을...... 자신만의 물건 몇 가지를 정해놓는 것은 만족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p202


첫째, 노트북입니다. 맨 처음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바닥에 노트를 펼치고 상체를 숙여 몇 시간씩 작업했습니다. 피가 거꾸로 돌아 어지러웠고, 허리와 다리가 아파 고통스러웠습니다. 노트북 한 대 갖고 책상 앞에 앉아 글 쓸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저 자신을 위해 사치를 좀 부립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니 당연히 재미가 붙을 수밖에요.


둘째, 키보드입니다. 노트북 내장 키보드 있지만, 그래도 글을 쓸 때는 오래 전 타자기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서 노트북 앞에 놓고 글을 씁니다. 타닥타닥 키보드 눌리는 소리와 타건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키보드 만지작거리고 싶어서라도 글을 씁니다.


셋째, 노트와 펜입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쓸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일기나 독서노트의 경우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쓰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쌓여가는 노트를 보는 흐뭇함도 있고,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한테 보여주는 맛도 있습니다.


넷째,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경우보다 직접 책을 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사무실은 책으로 가득 차 있고, 집에도 아직 옮기지 못한 책 많습니다. 모두 저의 책입니다. '내 것'이라는 생각에 소중하게 다룹니다. 저는 책에서 거의 모든 글감과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책만 펼치면 못 쓸 글이 없다 싶을 정도입니다.


다섯째, 저만의 공간입니다. 집에는 제 방이 따로 없습니다. 아내 또는 아들과 방을 같이 씁니다. 한 쪽에다 상을 놓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쓰던 어린이 학습용 책상이지요. 밥상 같습니다. 그 위에다 노트북과 키보드, 그리고 노트와 책을 올려둡니다. 누가 보면 초라하게 느낄 겁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세상 둘도 없는 저만의 작업 공간입니다.


'내 것'이라고 해서 굳이 비싸고 대단한 물건일 필요는 없습니다.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고, 연필 한 자루가 될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의 가치를 얼마나 크게 두는가 하는 점입니다.


비싸고 좋은 노트북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 안 쓰는 사람 많습니다. 고급 다이어리 사놓고서 석 달도 채 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이런 현상은 '내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탓이기도 하고, 애착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성향이 다릅니다. 저는 노트북과 노트를 사랑하지만, 또 누군가는 카메라를 아낄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이도 많겠지요. 각자의 취향 대로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물건을 정해서 거기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이왕이면 글쓰기와 연관 지어 그 물건의 활용도를 높이면 점점 재미를 붙일 수가 있을 겁니다.


지금도 다른 일 하다가 책상 위에 놓여진 키보드에 불이 반짝하는 걸 보고서 당장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재미 있는' 일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재미 있는'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재미를 만들자'는 뜻입니다.


재미, 성취, 흥미, 이벤트, 기쁨, 행복...... 이런 것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대하고 바라기만 하는 사람은 지금을 불행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만들면 됩니다. 직접 만들어내야 합니다.


글 쓰기가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 있다면, 재미를 붙이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해 보았는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세상 어떤 일이든 나름의 맛이 있고 보람과 가치가 있습니다. 그 맛과 보람과 가치를 찾는 사람도 있고 전혀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재미를 붙이는 사람이 그 분야에서 성공합니다. 재미를 붙이지 못한 채 억지로 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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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을 만들어 보세요. 글쓰기든 강의든, '내 것'을 통해 재미를 붙이면 실력도 더불어 쌓일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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