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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31. 2023

어머니의 직업병, 자꾸 가르치려고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화분에 물을 그렇게 많이 주면 어떻게 해요!"

"방 좀 치워요. 거지도 아니고!"

"밥을 먹었으면 그릇을 치워야지!"

"빨래감이 있으면 세탁기 앞에 좀 내놔요!"

"사람이 말을 하면 잘 들어줄 줄 알아야지!"


여든 넘은 어머니는 과거 35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애들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아"였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셨겠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훈육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겠지요.


직장에서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풀려고 했습니다.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요.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누나와 저는 또 우리 대로 어머니의 짜증과 분풀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도 여든 넘었습니다. 사람이 팔십 년 살았는데, 누가 옆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겠습니까. 어머니의 잔소리는 아버지와의 불화만 키울 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을 가만히 들어 보면, 사실 틀린 말은 거의 없거든요. 집안 깨끗하게 하고, 각자 자기 할 일 알아서 하고, 서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의미의 내용들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의도입니다. 정작 어머니 일상을 봐도 뭐 그리 반듯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불을 끄지 않고 그냥 잠드는 경우도 많고, 화장실에 맨발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발을 씻지 않는 경우도 있고, 괜한 반찬 만들었다가 죄다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그런데도 가족 중 누가 어머니한테 잔소리를 하거나 구박을 주는 경우 전혀 없습니다. 그냥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하시게 두는 것이 좋겠다 판단하는 것이지요.


가족한테 잔소리하면서 스트레스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어머니 당신입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에는 그 습성이 굳어져서 달라질 가능성 거의 없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주변 모든 사람을 자기 마음에 쏙 들게 바꾸려 하니까 스스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35년이란 세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훈육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다 보니 그 습관이 곧 삶이 되어버린 겁니다. 친구들 만나러 가서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공자님 말씀 늘어놓고, 친척들 만나도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훈화 말씀만 되풀이하는 거지요.


어머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도 없고, 잘 따르는 후배도 없고, 서로 힘 되어주는 동료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외롭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혼자' 살아내고 계십니다. 자식이 되어 그런 어머니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드리고자 적어도 저 만큼은 어머니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이 불만입니다.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한지 8년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처음에는 함께 하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고 책을 쓰도록 돕겠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제가 가진 고집과 지식과 경험만이 무조건 옳다는 고정관념이 생겼고, 또 내 뜻대로 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혔습니다.


물론, 그 의도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씀이니까요. 저도 수강생들 위하는 마음이 전부였으니 잘못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의도가 좋다고 해서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좋은 의미만 전달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저와 함께 하는 이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제는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글을 쓰는 데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저도 여전히 공부하는 중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수강생들보다 경험이 더 많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내 말을 따르기만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되겠지요.


원칙과 신념을 깨트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좀 트면 어떨까 고민하는 것이지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수강생들 머리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또 그들의 집필 방식을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만, 두 가지 생각만큼은 죽을 때까지 고집할 작정입니다. 첫째, 글쓰기에 왕도는 없습니다. 좀 썼다고 해서 기고만장 건방 떠는 작가는 용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 무시하고 자기 잘난 척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절대로 자이언트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겁니다. 둘째, 글쓰기/책쓰기를 돈벌이 용도로 선전하는 사람도 즉각 방출할 생각입니다. 자이언트에는 장삿꾼 한 사람도 없게 할 겁니다.


글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 만큼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다들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야겠지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어머니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애썼을 겁니다. 아이들 더 잘 되라고, 아버지 위하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 잘 살아 보자고...... 그런 마음으로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셨을 테지요.


제 마음 이해해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참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해드리면 됩니다. 아들인 제가 어머니 곁에서 응원하고 힘이 되어드릴 겁니다. 초등교사 35년도 잘 살아내셨으니, 남은 인생도 잘 살아내실 거라 믿습니다. 저한테 잔소리하세요 어머니. 제가 다 들어주고, 어머니 마음 편한 쪽으로 다 맞춰드리겠습니다. 교사 아들 강사가 어머니 마음 잘 헤아려드려야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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