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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04. 2023

끝내주거나, 받아들이거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 극복 방법


첫 번째 책을 쓸 때, 아주 불안했습니다. 얼마나 심했냐 하면요. 밤에 수시로 잠을 깨기도 했고, 다 쓴 글을 아무 이유도 없이 마구 지워버리기도 하고, 다른 책을 읽어도 전혀 집중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왜 불안했을까요? 혹시 출간계약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책이 나왔는데 독자들이 마구 손가락질을 하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들 때문이었습니다.


초보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일인데요. 한 마디로 말하면 '내 책이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심리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일이기도 하고, 확신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중 서점에 가서 다양한 책을 구경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불안이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오히려 글 쓰는 데 방해만 되고, 건강까지 해친다는 생각에 태도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첫째, 잘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대신에 최고로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요? 잘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할 때도 근거는 없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든 내 마음이지요. 그저 선택하기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나쁜 생각 많이 했으니 좋은 생각도 그 만큼 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출판이 안 될 수도 있고요. 독자들로부터 독한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외에는 달리 최악이 없겠더라고요. 출판 안 되면 다시 다른 글 쓰면 되고, 독자들이 악성 댓글을 달면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책을 쓰면 됩니다. 무조건 잘 되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니까 글 쓰는 게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셋째, '나 잘났다' 하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내 책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결국 나 잘났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겁니다. 내가 책을 쓰면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지요. 이게 마땅한 결론인데, 저는 무조건 잘 되어야 한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했던 겁니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평가 수준을 낮추고 나니까 글 쓰는 게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넷째, 뭐가 됐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잘 되든 못 되든 미래의 일이지요. 중요한 건 지금입니다. 생각이 자꾸만 미래에 가 있으니 지금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글은 점점 더 엉망이 되었습니다. 생각을 오늘과 지금에 가져왔습니다. 집중하고 몰입했습니다. 효과 최고였지요.


다섯째, 책 한 권 출간해서 인생 어떻게 바꿔 보겠다는 집착과 열망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하고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돈 많이 벌어야 하고......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큰 실패를 겪은 후라서 더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냥 살아도 되는 거였습니다. 좋은 글 쓰고, 안 되면 또 쓰고, 그냥 쓰고, 계속 쓰고, 그러면 충분합니다. 책으로 돈 벌어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접고, 자유롭게 글 쓰는 인생을 살겠다고 작정하고 나니까 아주 훨훨 날아오를 것 같았습니다.


글 쓰고 책 출간하는 과정 말고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만듭니다. 제 경험상 이러한 마음은 자신을 향한 학대에 가깝습니다. 그냥 살아도 되는데, 자꾸만 올가미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 하는 것이죠.


노래를 부르는 게 좋으면 그냥 노래만 열심히 부르면 됩니다. 슈퍼스타가 되어 무대를 휘어잡는 가수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노동이 되고 맙니다. 돈 많이 벌어 성공해야만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날이 오기 전까지 계속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꿈과 목표를 몽땅 접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집착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도 됩니다. 지금 세상은 길이 수천 개 존재하고, 어떤 길이든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입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 건 쉽거나 만만한 일 아닙니다. 주변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은 자신이 써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연습과 훈련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인데, 자꾸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면 어떻게 글을 잘 쓸 수 있겠습니까.


생각은 내 멋대로 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딱 두 가지만 하면 됩니다. 끝내주게 잘 될 거라는 초긍정의 생각! 그리고, 결과가 신통찮으면 받아들이면 그뿐이라는 낙천적인 생각! 바로 이 두 가지 생각 방식이 지금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요소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일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불안'이라는 심리는 항상 미래 일에 대한 감정으로 일어납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말도 안 되는 감정이지요. '내일 죽을 거야! 아이고 무서워!' 매일 이러면서 사는 것이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단칼에 끊어버려야 합니다. 생각 바꾸는 데에는 시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탁 바꾸면 끝납니다. 지금에 집중하십시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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