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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06. 2023

나의 감정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감정을 얼굴에 다 드러내고 살아가는 사람들


기분이 좋으면 생글생글 얼굴에 다 드러나고, 기분이 좀 나쁘면 오만상 찡그린 채 입이 한발 나오는 사람. 표정으로 이미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 척 보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금방 파악 가능한 사람. 하수 중에도 가장 하수입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어직 한참 어린 아이 수준입니다. 이런 사람 절대로 되지 말아야 합니다.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자기 기분을 얼굴에 다 드러내는 사람이 왜 하수냐고요? 곁에 있는 다른 사람 기분까지 다 망치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를 망치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애가 쓰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기분 엉망이니까 좀 챙겨라 신호 보내는 아주 이기적인 태도입니다.


기분 좋으면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온갖 아양과 재롱 다 떨고, 기분 나쁘면 인상 팍 쓰고 못된 말만 투덜투덜 내뱉습니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니까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른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딱 하나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옆에 누군가 인상을 팍 쓴 채 온갖 불평과 불만을 궁시렁거리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무시할 수도 없고, 챙겨주려니 힘들고, 그러지 말라고 하려니 싸움 날 것 같고, 가만 있자니 계속 불편하고......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내 기분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루에도 수차례 멋대로 다 드러내면 주변 사람 모두 불편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사람한테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신경을 쓰게 만들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주 못된 행실이지요.


마음 속에 어린 아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툴툴대면서 표정 뭉개고 전부 못마땅하다는 듯 표현하는 것이지요. 철딱서니도 없고,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이며 고집입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좋을 수도 있고 못마땅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성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좋아도 무던할 줄 알아야 하고, 좀 싫어도 참을 줄도 알아야지요. 어떻게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일만 생기겠습니까. 어떻게 자기 좋아하는 대로만 척척 진행되겠습니까.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릴 수 있겠습니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목소리에서부터 아주 심통이 철철 넘쳤습니다. 순간 이 전화 잘못 받았구나 싶었지요. 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이렇게 좀 해주면 안 되냐, 저건 저렇게 좀 하면 안 되겠느냐, 아주 오만 불만과 불평을 다 늘어놓습니다.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하고, 보지 않아도 표정까지 훤합니다.


"너나 똑바로 하세요!"

전화 딱 끊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해해야 하나? 그냥 참을까? 달래 볼까? 입맛에 맞춰준다 할까? 그러나, 이번에 이런 식으로 맞춰주면 앞으로도 계속 불평을 늘어놓을 게 뻔하거든요. 이 사람, 만족이라곤 절대로 모를 겁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정리한 겁니다. 사람 물리치는 게 내 살 찢는 것보다 더 아프지만,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냉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 제일 나쁜 놈이 자기 감정에 따라 사는 인간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 기분까지 다 잡치고, 분위기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러다가 자기 감정 좋아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실실 웃고 다니지요. 이전에 다른 사람 감정 망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쁜 놈이라는 겁니다.


도저히 참지 못할 만큼 분한 일도 겪을 수 있겠지요. 저는 지금 그런 극단의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들, 작은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얼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기분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말은, 이미 그 사람 지극히 감정적인 존재라는 증거입니다.


말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만 딱 들어 보면 이 사람 지금 기분이 좋다 더럽다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이가 있지요. 무시할 수도 없고 챙길 수도 없고 가만 있을 수도 없고 참 힘듭니다.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재주를 가진 못된 인간들.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로서 많은 사람 앞에 설 때는 가급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화가 나거나 욱할 때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구기거나 험한 말을 내뱉게 됩니다. 아직 수행이 부족하고 공부가 모자란 탓입니다.


감정을 얼굴에 새겨놓고 살면 인생 절대로 좋아질 수 없습니다. 좋을 때는 겸손해야 하고, 싫을 땐 좀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사람 인생이 뭐 그리 좋아지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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