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Aug 11. 2023

줄이고 좁혀라, 독자는 한 사람!

누구에게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 결정하는 겁니다. '누구'라는 것은 핵심 독자를 의미하고, '무엇'은 주제 또는 핵심 메시지를 뜻합니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더불어 표현의 도구입니다. 인간은 표현의 욕구를 가진 동물이지요. 따라서, 어떤 말을 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정하는 것이 글쓰기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무턱대로 글을 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산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 채, 아무 산이나 마구 뒤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과거 경험 때문에 '투자' 하면 치가 떨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한테 투자를 권하는 사람은 핵심 고객 선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글쓰기/책쓰기' 관련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 와서 자신이 운영하는 책쓰기 과정 홍보하는 사람 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죠. 남의 식당에 와서 자기 음식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모두 '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데나 전단지를 마구 뿌리기 때문입니다. 효과 빵점이지요.


독자든 소비자든, 마케팅을 할 때는 그 대상을 줄이고 좁혀야 합니다. 어디까지 줄이고 좁혀야 할까요? 더할 수 없을 때까지 줄이고 좁혀야 합니다.


스마트폰이 있다고 칩시다. 2030 세대에게 팔 수도 있고 4050 세대에게 판매할 수도 있고 6070 세대에게 광고할 수도 있겠지요. 누구한테 판매할 것인가 명확하게 정하고 나면, 어떤 멘트를 강조할 것인가 저절로 정해집니다. 2030 세대에게는 '최신, 성능, 화질, 디자인, 속도' 등으로 접근해야 하고요. 4050 세대에게는 '편리, 기능성, 세대초월' 등을 강조해야 합니다. 6070 세대에게는 당연히 '쉽고 간편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해야 하겠지요.


판매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면, 어떤 멘트로 광고해야 할지 분명해진다고 했습니다. 책을 쓰는 작가는 어떨까요? 핵심 독자를 명확하게 정하면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 것인가 분명하게 정할 수 있겠지요.


더 줄이고 좁혀야 합니다. 2030 세대라는 말을 좀 더 생각해 봅시다. 누가 떠오르나요? 대략적인 젊은층이 스쳐가긴 하지만, 2030 세대도 수없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겁니다.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생활 환경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겠지요. 편의상 2030 세대라고 부르긴 하지만, 두루뭉술하고 불투명합니다.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25세 김태훈씨. 취업을 준비하는 중. 여러 회사의 취업 설명회 정보를 찾아 살피고, 경영학 전공했으며,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극진한 효자."


대상 독자를 이 정도로 좁히고 줄여야 글 쓰기가 수월합니다. 또, 그렇게 쓰는 글이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지요. 취업 안내서, 직업에 관한 철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20대를 위한 성공 안내서, 동기 부여, 미래에 대한 비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경영학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는 법, 나의 어머니, 인공지능 시대 청년의 역할...... 대상 독자가 명확할수록 메시지도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메시지를 정할 때도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독자인 김태훈씨에게 필요한 내용이어야 하며, 동시에 작가인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독자 입장만 고려하면 뜬구름 잡는 공자님 말씀만 쓰게 됩니다. 작가인 내가 쓰고 싶은 말만 늘어놓으면 김태훈씨는 전혀 관심이 없겠지요. 독자와 작가 사이 교집합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와 작가 모두 만족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어떤 것을 원할까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도 있고, 책을 읽어도 되고, 다양한 플랫폼을 살펴도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가진 욕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작가인 내가 바라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독자의 욕구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쉽다, 어렵다 문제가 아닙니다.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며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글 쓰는 작가가 자신의 독자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게을리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지요. 독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핵심 독자를 줄이고 좁혀 그에 맞는 핵심 메시지를 정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책쓰기 첫 단계를 왜 많은 사람들이 허투루 여기거나 아예 생각지도 않은 채 글을 쓸까요? 마음이 독자나 쓰는 행위에 가 있지 않고 오직 출간에만 가 있기 때문입니다. 빨리 써서 책 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독자며 자료 수집이며 궁리 따위에 집중할 틈이 없게 마련이지요.


결과에만 연연하는 사람이 마음이 조급합니다. 서두르게 되고, 그래서 실수를 거듭합니다. 독자를 명확하게 선정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궁리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기꺼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결실도 풍요롭습니다.


이 첫 단계를 책쓰기의 절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나의 첫 책을 읽는 독자가 영원한 독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온마음을 다해서 핵심 독자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핵심 메시지를 선명하게 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줄이고 좁혀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30대 엄마들을 위한 책' 말고, 앞집 505호 아줌마를 위한 책을 쓰세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계속 다니자니 힘들고, 그만두자니 아깝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