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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0. 2023

계속 다니자니 힘들고, 그만두자니 아깝고

둘 다 가질 수 없다


직장생활 10년 했습니다. 입사 후 2년쯤 되었을 때, 대구에서 부모님이 제가 다니는 회사 1층 로비에 오신 적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 한 번 보겠다는 마음으로 먼 길 오셨지요. 두 분 모시고 가까운 식당에서 밥 먹었습니다. 속이 참 불편했습니다. 회사에서 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고, 사람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거든요. 부모님은 우리 아들 장하다 하면서 대구에서 서울까지 행차하셨는데, 아들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지니까 아주 고역이었던 거지요.


누나가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시간을 내어 함께 부동산 방문한 적 있습니다. 부동산 사장이 저를 힐끔 보더니, "와!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하는 겁니다. 양복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회사 뱃지를 보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을 맛이었지요. 네가 한 번 다녀 봐라.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두 가지 생각을 줄곧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대기업 뱃지와 명함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마음이었습니다. 취업도 어렵다는데, 어떻게 대기업에 저리 떡하니 입사할 수 있었을까 선망의 눈초리를 온몸에 받고 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6일 근무하고, 회식도 잦았고, 업무량도 엄청났습니다. 이래서 대기업이구나 싶을 정도였지요.


그런 회사를 무려 10년 동안 다녔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데, 그럴 용기가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향해 "좋다! 좋다!" 하는 시선과 말을 도저히 포기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태도였지요.


인생은 선택입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하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선택의 기준은 가치관과 철학입니다.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면 아니다 하면 되고, 자기 중심에 딱 맞으면 기다 하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내 중심에 아니다 하면서도 질질 끌려다니다시피 회사 생활을 했던 것이지요.


사업 실패 후 막노동을 하면서 옛날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때 그냥 모른 척 회사에 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몸과 마음이 고되니까 그토록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 직장이 그립기까지 하더군요.


둘 다 가질 수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없습니다. 반드시 하나를 내려놓아야 다른 하나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회사에 계속 다니자니 힘들고 스트레스 받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자니 다른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접어야 했지요. 그러니까 당시 제 마음은 이랬습니다. 일도 좀 편하고, 스트레스도 없고, 룰루랄라 즐겁게 회사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양 손에 떡을 모두 쥐려고 했으니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린 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었더니, "가족의 반대가 심해서 힘들다."고 말이죠. 그 학생은 가수도 되고 싶고 가족의 응원도 받고 싶은 겁니다. 두 마리 토끼 다 못 잡는다니까요. 가수의 꿈을 이루려면 가족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요. 가족의 반대가 싫으면 가수의 꿈을 접어야 합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다른 하나를 이룰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쉽고 빠르게 돈 많이 벌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쉽고 빠르게 살고 싶으면 돈 벌기를 포기해야 하고요. 돈 많이 벌고 싶은면 어렵고 힘든 일을 오래 지속해야 합니다. 이 마땅한 인생 법칙을 허투루 여기니까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드문 겁니다.


글 쓰고 책 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이것도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어제까지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도 쓰겠다는 뜻이죠. 불가능합니다. 무엇 하나라도 내려놓아야 그 시간에 글을 쓰지요.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그 도전 대신에 다른 하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책을 내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입니다. '쓴다'는 행위는 표현의 욕구입니다.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인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왜 책을 내고 싶은 것인가요.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은 겁니다. 초점이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맞춰져 있으니 일이 풀릴 리가 없지요. 작가 본인의 이익과 독자를 위한 배려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책을 출간하면 독자도 위하고 작가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요? 그건 결과론적 이야기이고요. 글 쓰는 과정에서는 하나만 손에 쥐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둘 다 잡겠다고 시작하면, 아무래도 자신의 이익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마련이거든요. 딱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야식으로 치킨 먹으면서 다이어트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친구들과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좋은 대학에 붙을 수 없고요. 술, 담배 엄청 해대면서 건강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루 8시간씩 자면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절대로 없습니다. 내 이익 다 챙기면서 인간관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세상 이치 분명합니다. 둘 중 하나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 우리가 매일 겪는 문제들은 둘 다 가지려는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한 쪽 손만 펼쳐도 인생은 달라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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