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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25. 2023

잘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이것"부터 없애야

제 2의 목적 때문에 망한다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습니다. 무게는 치지 않습니다. 적당하게 몸 풀고, 러닝머신 걷고, 땀이 좀 흐른다 싶으면 샤워하고 끝냅니다. 남들은 저한테 대체 왜 헬스클럽에 다니냐고 묻습니다. 때로 비웃는 사람도 있고 조롱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3개월씩 6개월씩 비싼 돈 내고 끊어 놓고, 고작 몸이나 풀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소리 들을 만하지요.


과거에도 헬스클럽 다닌 적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2년씩 다닌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른 때는 모두 두 달을 넘기지 못했지요.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합니다. 무게도 많이 치고, 한 번 가면 3시간씩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초반 한 달 남짓뿐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재미도 없고 힘도 빠지고 동기도 약해졌지요.


제가 헬스클럽 다니면서 빨리 포기한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울' 때문이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항상 거울을 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괜히 팔도 접어 보고 등도 돌아보고 폼도 잡아 봅니다. 제가 무슨 이팔 청춘도 아니고, 고작 며칠 운동했다고 해서 몸이 화 달라지는 건 아니지요.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거울을 보면서 몸을 확인했습니다.


근사한 몸을 만들면 좋겠지요. 허나, 바로 이런 욕망이 꾸준한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꾸준함이죠. 짧은 기간 빡세게 운동해서 몸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하면서 뼛속부터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목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성급한 목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운동에 재미를 들이고, 매일 운동하고 싶고,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제대로 건강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멋진 몸매를 만들어 자랑하고 싶은 욕구.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에 공개하고 싶은 욕망. 이러한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면, 절대로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운동한다 소리 하기가 민망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운동 즐기고 있습니다. 평소 건강도 좋지 않아서 늘 걱정이었는데, 매일 운동하고 땀 흘리면서 호흡도 좋아지고 다리도 덜 아픕니다. 그냥 합니다. 운동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즐기면서 할 생각입니다.


글을 쓰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자꾸만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다른 뭔가를 하려고" 합니다. 글 써서 돈 벌겠다 하고, 책 써서 성공하겠다 하고, 작가 되어서 인생 역전 하겠다고 합니다. 배에 왕자 새기겠다고 덤비면 사흘 넘기기 힘듭니다. 조급하고 성급하고 서둘러서 되는 일 하나도 없지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쓰기외 다른 '목적'을 없애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쓰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 좋아하면 결과는 무조건 나아집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좋아서 일하는 사람 이길 수 없습니다. 독기 품고 술 마셔도 술 좋아하는 사람 이길 수 없고요. 인생 역전을 위해 치열하게 글을 써도, 즐기면서 글 쓰는 사람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1일 1포스팅 하겠다고 결심하고 작정하고 프로모션까지 걸고 덤벼도, 쓰는 게 좋아서 매일 쓰는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하루에 포스팅 2개 3개 올리는 건 억지로는 불가능합니다. 키보드 두드리는 느낌이 좋고, 내 안에 쌓인 이야기 풀어놓는 게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 전하는 게 좋아서 그냥 쓰는 거지요.


잘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제 2의 목적'부터 없애야 합니다. 정부터 붙여야 합니다. 재미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글 쓰는 게 좋아야 꾸준히 쓸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배움과 공부와 연습을 더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잘 쓸 수가 있습니다. 좋으니까,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도 아무 부담이 없겠지요.


오직 책을 출간해서 돈도 벌고 인생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결과를 낳습니다. 첫째, 끝까지 쓰지 못합니다. 지치고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합니다. 둘째, 어찌해서 책 낸다 하더라도 그걸로 끝입니다. 다시는 '고생'하지 않겠다 말하며 쓰는 삶을 떠나지요.


안타깝습니다. 저는 글 쓰는 삶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니, 제 인생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다 얻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변화와 성장이 내게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었거든요. 쓰다 보니 재미도 있고, 공부하다 보니 더 잘 쓰게 되었고, 어느 정도 쓸 줄 아니까 더 재미가 붙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 많습니다. 책 내고 싶다 바라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쓰기 말고 또 다른 목적"을 없애는 겁니다.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저 좋아서 쓴다! 이런 마음이 생길 때까지 의도적으로 마음을 조정해야 합니다.


글 잘 쓰고 싶다 하면서도 하루 한 줄도 쓰지 않는 사람 많고요. 책 내고 싶다 하면서도 도무지 쓰지 않는 사람 많습니다. 이유를 들어 보면 가지각색이고, 또 다들 그럴 듯한 이유를 대기도 합니다. 만약, 글 쓰는 걸 좋아한다면, 그 많은 핑계와 변명이 무슨 필요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오늘도 글을 쓰고야 말겠지요.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고, 그 사람 방귀 소리도 예쁘게 들리고, 아침 저녁으로 보고 싶은 마음 가득할 겁니다. 글도 똑같습니다. 상황이나 환경이나 조건이 아무리 마땅찮아도, 그저 좋아서 환장할 정도가 되면 어떻게든 쓴다는 뜻입니다.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면,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지적질을 해도 끄떡 없습니다. 시간 없어도 쓰고, 머리 좀 아파도 쓰고, 글감 없어도 쓸 겁니다. 무슨 일이든 도전을 시작할 땐,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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